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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밝히는 과학의 힘’…연쇄살인 등 국과수 요원들 활약상 보니

입력 | 2015-05-01 16:26:00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정희선 지음
280쪽·1만3000원·알에이치코리아




정희선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60·이하 국과수)은 1978년 약무사로 국과수에 입사했다. 그는 최초의 여성 법과학 부장, 최초의 여성 국과수원장을 지내며 후배 국과수 요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2012년 7월 국과수를 떠날 때 그는 한 가지 굳은 결심을 했다. 매순간 집요하게 증거물과 씨름하는 국과수 직원들의 노고를 알리기 위해 책을 쓰기로 한 것. 현직에 있을 때도 책을 쓸까 했지만 행여나 스스로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것 같아 접었다.

그렇게 마음먹었던 책이 3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책에는 듀스 김성재 사망사건,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뛴 국과수 요원들의 활약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과수 내 미세물질실, 범죄심리실, 영상연구실 같은 우리가 잘 몰랐던 내부 이야기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알려준다. 1일 대전에서 후학을 양성 중인 정 원장을 전화로 만났다.

― 첫 책을 냈다. 과학수사와 글쓰기 중에 무엇이 더 어렵나.

“3년 동안 끙끙 앓았다. 직원들의 고생했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데 문장으로 표현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웠다. 우리 직원들이 잘 조명돼야 한다,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컸다. 드디어 책이 나왔으니 조만간 국과수에 가서 책을 전달할 생각이다.”

― 국과수의 슬로건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이 실감났다.

“그래도 결국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해양경찰 박경조 경위를 둔기로 가격한 중국인 선원을 찾기 위해 영상을 100여 장 사진으로 쪼개어 다시 조합하고, 설날 연휴에도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을 찾기 위해 머나먼 아덴만으로 날아가 멜빵에 묻은 땀에서 흔적을 찾았다. 특히 화재 현장에서 요원들은 모든 게 불타 분진과 냄새만 남은 곳에서 화재 원인을 찾으려고 며칠씩 고생한다. 과학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사람의 ‘근성’이 해낸 일이다.”

― 책을 읽고 국과수 요원의 꿈을 키우는 사람이 늘겠다.

“내가 항상 바라는 일이 있다. 국과수에 실력이 뛰어난 정예부대가 들어가는 것이다. 현재 일하는 곳도 국내 유일의 분석전문가 양성기관이다(그는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아직 제자 중에 국과수에 들어간 사람은 없지만 나중에 후배를 배출하면 가장 행복할 것 같다.”

정 원장은 서문에 전 상관이자 남편인 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에게 감사하다고 썼다. 무엇이 그리 감사했을까.

“남편이 막 뭐라고 하면서 질책을 많이 했어요. 끝도 못 맺을 거면 시작은 왜 했냐고요. 그런데 조언은 정확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