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이 이달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북한 내부 문제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내부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불참 이유를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김정은이 국제 외교무대에 등장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김정은은 집권 3년이 넘도록 외국 정상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러시아의 발표는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최종 단계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국정원은 정보 수집 및 분석 역량에서 이번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러시아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올해 3월에 일찌감치 공언한 것으로 볼 때 막판에 의전, 경호와 관련해 양국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에서 ‘인간신(人間神)’이나 다름없는 김정은이 어딜 가든 북한 주민들은 꽃을 흔들고 손뼉을 치며 열광한다. 러시아가 다른 외국 정상에게 해주지 않는 특별 대접을 김정은에게 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집권 기간에 따라 의전 서열이 매겨지는 국제행사에서 김정은이 말석(末席)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모습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면 통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러시아에 갔다가 탈북자들을 비롯한 시위대를 맞닥뜨리게 된다면 김정은으로선 난감한 상황일 것이다. 김정은과 그 주변의 움직임에 대한 세계 미디어의 관심이 걱정됐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