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새정치聯/본보, 광주시민 100명에게 묻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 40분 광주 서구 금호동 K아파트 앞. 도로변에서 채소를 파는 나모 씨(55)는 광주 서을 4·29 재·보궐선거 얘기를 꺼내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 참패에도 여전히 냉랭한 광주 민심
본보 취재팀이 보궐선거가 치러진 서구를 중심으로 광주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 100명을 면접조사 한 결과 새정치연합에 대한 싸늘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정치연합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시민은 10명 가운데 2, 3명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광주 유권자가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로 ‘전략과 정책의 부재’(44명)를 꼽았고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오후 7시 동구 대인시장 횟집거리 입구. 노점상 한모 씨(57·여)에게 재·보선 결과에 대해 묻자 “인자(이제)는 무작정 2번(새정치연합) 찍던 시대는 갔제”라며 손을 흔들었다. 야당에 대한 비난을 듣던 상인 박모 씨(51)가 “그래도 대안은 새정치연합밖에 없다”고 하자 다른 상인들은 “뭐가 그러냐”며 박 씨를 몰아붙였다. 옛 민주당 향수가 있는 고령의 시장 상인들은 친노 주류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대학생 등 젊은층에서는 실망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이날 오후 5시 전남대에서 만난 최재민 씨(23·2학년)는 “복지 정책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정치연합 주장이 충돌했는데 대통령 말이 맞는 것 같더라”고 했다. 김모 씨(23·2학년)는 “새정치연합이 정권 심판론 같은 뜬구름 같은 구호만 외친다”고 했다. 김 씨 등은 실망감과 함께 새정치연합의 환골탈태를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광주가 등을 돌렸다기보다는 따끔하게 회초리를 든 것’이라며 신중론이 많았다. 한 시민단체 간사를 맡고 있는 강모 씨(35)는 “시민들이 야당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각성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 천정배의 ‘뉴 DJ신당론’은 ‘글쎄’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45)는 “내년 총선 전까지 새정치연합이 변화하지 않으면 호남 표심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하게 돼 새정치연합은 결국 무늬만 정당인 정치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정승호 shjung@donga.com·이형주·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