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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의 업무는?

입력 | 2015-05-02 03:00:00

“중앙행정기관 지휘-감독 맡고 있지만… 후보자 5명 청문회 준비로 2년 허송”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이임식을 하던 지난달 27일 오후 6시, 국무조정실의 A 국장은 오송역으로 가는 KTX 열차에서 스마트폰으로 이임식을 봐야 했다. 이날 온종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이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오늘은 사의 수용이 안 될 것 같다”라는 언질을 듣고 세종청사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그래도 생중계로 이임식을 봐서 다행이네요. 지난주 사의를 표명하던 때는 자정 넘어 자고 있느라 다음 날 아침에야 소식을 접했거든요.”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수장이 언제 사의를 밝히고 몇 시에 이임식을 하는지조차 감을 잡을 수 없는 씁쓸한 상황.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국무총리실)이 처한 현실이다. 총리실 공무원들은 “이제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면서도 총리에 대한 세간의 손가락질에 못내 아쉽고 서운하다.



“2년 내내 청문회 준비만 했다”

‘중앙행정기관의 행정 지휘·감독, 정책 조정 및 사회위험·갈등 관리.’ 정부조직법이 규정한 총리실의 업무다. 법적으로는 정부 각 부처를 통할하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지만, 현 정부 들어 총리실의 주 업무는 ‘인사청문회 준비’가 돼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5명의 후보자가 지명되고 이 중 3명이 낙마하는 불운을 겪으면서 총리실은 ‘청문회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2년을 보낸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관료는 “부처 수장이 새로 지명되면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한 달여간 부처의 모든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된다고 보면 된다. 그 혹독한 통과의례를 2년간 다섯 번이나 치렀다는 것은 2년 내내 청문회 준비만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총리실의 한 1급 관료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다 보니 총리가 물러나도 내부 직원들은 담담해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서기관급 직원은 “조만간 새 총리가 지명되면 ‘청문회 준비’라는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지금이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총리실 한편에서는 일상적인 업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청문회 준비 국면에 돌입하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일상 업무는 미리 처리해 놔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총리가 물러난 지난달 27일 이후 총리실은 올해 광복절에 진행할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준비 상황과 현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국정과제 신호등’ 점검 작업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총리는 없지만 총리실은 꾸준히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는 차원에서 적극 홍보에 나선 것이다.



“총리실 힘 받을 절호의 기회였는데…”

총리실 관료들이 겉으로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까맣게 타 버린 속내까지 숨기기는 어렵다. 특히 이 전 총리 낙마는 아쉬움이 더하다. 모처럼 여당 원내대표 출신의 ‘실세 총리’가 온 만큼 총리실이 국정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성완종 리스트라는 돌발 변수에 발목이 잡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리를 보좌하는 총리실은 자연스럽게 총리가 누구냐에 따라 ‘국정의 컨트롤타워’가 되기도 하고 ‘존재감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총리실 직원들이 꼽는 총리실의 전성기는 김종필 총리(1998∼2000년)와 이해찬 총리(2004∼2006년) 시절. 김 전 총리는 명실상부한 DJP 공동정부의 한 축이었고, 이 전 총리는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굵직굵직한 업무를 처리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공직기강 확립’을 전면에 내세우며 스스로가 ‘실세 총리’임을 자임했다. “세종시 식당에 파리만 날린다”는 뒷말까지 들으면서 ‘오후 1시 점심시간’을 엄수하라고 요구했고, 관계장관회의에 차관을 대신 보낸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누구는 한가해서 이 자리에 있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공공기관 개혁, 복지 구조조정 등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던 업무를 직접 챙기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부총리도 (총리 지휘를 받는) 장관”이라고까지 말했다.

총리실로서는 이완구 전 총리의 강한 드라이브로 일선 부처들에 잃은 인심까지 만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결국 훌륭한 총리가 취임해 열심히 국정을 챙겨야 풀리는 문제”라며 “하루라도 빨리 새 총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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