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권 얻지않고 10분간 행사 방해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와 미국대표부가 공동 주최한 북한 인권 행사가 북한 외교관들의 ‘돌발 행동’으로 약 10분간 파행을 겪었다. 사회자로부터 발언권을 얻지 않고 미국과 탈북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큰소리로 읽었고, 이에 방청객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피해자들의 목소리, 북한 인권 대화’라는 간담회에는 탈북자 조지프 김 씨(25), 제이 조 씨(28·미국 시민권자), 김혜숙 씨(53)가 초청됐다. 미국에 거주하는 조지프 김 씨는 첫 발표자로 나서 “12세 때 아버지가 굶어 죽자 어머니는 사라지고, 누나는 먹을 걸 찾아 중국으로 도망갔다. 16세 때 나도 배가 너무 고파 탈북을 결심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의 발표가 끝나자 객석에 앉아 있던 북한 외교관 3명 중 이성철 참사관이 갑자기 A4용지 4쪽 분량의 영문 성명서를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이크가 꺼진 상태여서 이 행사를 생중계하던 유엔TV에도 목소리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이에 사회자인 북한전문가 바버라 데믹 씨가 “하고 싶은 얘기는 질의응답 시간에 해달라”고 요청했다. 서맨사 파워 미국대사도 화난 얼굴로 “당신들은 행사 진행에 (허락 없이) 끼어들어서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명서를 계속 읽어 나가던 이 참사관은 바로 앞 마이크에 잠시 불이 들어온 것을 보고는 입 가까이 끌어당겼다. 파워 대사가 곧바로 “저 사람들에게 마이크가 필요 없다. 이건 허락된 발언이 아니니 마이크를 (다시) 꺼달라”고 외쳤다. 이어 “유엔 경비를 부르겠다. 발언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이 방에서 끌려 나갈 수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연단에서 발표를 준비하던 제이 조 씨는 “아무리 무식한 나라(북한)지만 예절도 없나.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뭐 이따위냐. 저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 들을 필요 없다”고 말했다. 객석에 있던 탈북자와 북한인권운동 관계자들도 일제히 “저 입을 틀어막아라” “김정은을 반민족 범죄자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고소하자!” “자유 북한!” “짐승도 자기 차례를 기다릴 줄 알아. 이놈들아”라고 외쳤다.
이 참사관 등 3명은 약 10분간 성명서 낭독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한 아시아계 남성 방청객은 3명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곳까지 쫓아가 “너희가 인간쓰레기다(You are human scum)”라고 세 번 외치기도 했다. 파워 대사는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의 마무리 발언에서 “북한 대표들의 주장이 탈북자 증언의 신뢰성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