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 ‘성완종 리스트’ 공방… 野 사퇴요구 조목조목 반박 “알고 지낸지 30년… 금전거래 없어, 진위 떠나 이름 오르내려 송구”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답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혐의가 나온다면 당장이라도 그만둘 용의가 있다. 저도 인간인데 (성완종) 리스트에 있는 이름 석 자 갖고 경거망동할 수는 없다.”(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2차 특별사면에 깊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있다.”(새정치연합 전정희 의원)
1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성완종 리스트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3월 취임 후 처음으로 운영위에 업무보고차 출석한 이병기 실장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이 실장은 “진위를 떠나 이름이 오르내려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검찰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받아쳤다.
새정치연합 이찬열 의원이 “수사를 받기 전에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가라”고 압박하자 이 실장은 “전혀 돈을 받은 바 없는 사람이 왜 내려가겠느냐”고 맞받았다. 사퇴 요구가 이어지자 “비서실장이라고 검찰에서 조사를 못 받는 건 아니다. 전직 대통령도 검찰이 조사한 적 있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도, 형님도 조사한 적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성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알고 지낸 지 한 30년 된 사이인데 나한테 조언을 부탁한 적은 있지만 금전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14년 3월 이후 140여 차례 통화한 것에 대해선 “지난해 6월 성 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받기 직전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집중적으로 전화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성 회장 특사를 문제 삼았다. 유의동 의원은 “현 정부에서 특정인에 대한 사면 요청이 있다면 비서실장이 모를 수 있느냐”고 묻자 이 실장은 “전체적으로 (대통령비서실장인) 내가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성 회장 특사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특사 경위를 모른다고 한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가 4·29 재·보궐선거 직전 박근혜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공개한 것도 논란이 됐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이 “선거 직전 대통령 건강에 대해 상세히 브리핑한 것은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인다는 의미) 아니냐”고 따지자 이 실장은 “대통령의 건강과 선거가 직접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