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어디에 투자할까
요즘 지인들 사이에서 필자의 인기가 부쩍 높아졌다. 어딜 가도 상석(上席)에 앉게 되고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이 자주 전화를 걸어온다. 모두의 관심사는 한결같다. “어디에 투자하면 좋으냐”는 것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루한 박스권을 뚫고 올라가면서 전 고점을 바라보고 있는데다 후강퉁이 시행된 이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칠 줄 모르고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없던 관심도 생길 판인데 아는 사람이 증권사 사장이다 보니 다들 내게 물어온다. 하지만 답변하기가 좀 애매하다.
“나라면 은퇴한 후에 어디에 투자할까?”라는 쪽으로 질문을 바꿔봤다. 그래서 나온 대답이 “정기적으로 일정한 수입이 생기는 월지급식 펀드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일부는 과거의 손실경험을 이야기하며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월지급식 펀드는 2013년 6월 이른바 ‘버냉키 쇼크’로 일부 펀드에 일시적으로 원금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속하게 사그라진 적 있다.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2012년만 해도 정기예금금리가 4%였다. 그러나 이제는 1%대 금리를 현실로 받아 들여야 한다. 최근 한 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비은퇴 가구가 예상하는 노후생활 필요자금은 월 평균 237만 원이다. 이 중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94만 원 정도라고 하니 나머지 부족한 생활비 143만 원은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월 143만 원을 확보하려면 현재 금리체제에서는 10억 원에 가까운 예금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예금금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하에서는 투자위험을 일정 수준 부담해야 한다. 이미 우리보다 앞선 20년 전부터 저금리 시대를 맞은 일본을 보더라도 월지급식 펀드가 전체 공모펀드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일본도 2000년대 초반에 월지급식 펀드가 도입된 후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재정위기를 겪으며 단기적인 손실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 손실은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됐고,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어 월지급식 펀드가 계속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노후 준비를 위해 재산을 축적해야 하는 젊은 층도 월지급식 펀드에 가입한 후 매월 나오는 배당금으로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적립식펀드에 다시 가입하면 좋다. 필자도 이런 식으로 목돈을 만들어 재미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추천한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