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위험한 건강식품 ‘가짜 백수오’뿐인가

입력 | 2015-05-04 00:00:00


대한한의사협회는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의 실태와 위험성을 조사해 달라고 2013년 10월과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요청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과장 광고에 대한 단속만 하고 이엽우피소가 백수오로 둔갑하는 사례나 위험성은 조사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를 올해 2월 뒤늦게 수거해 1차 검사를 했지만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백수오 제품이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가짜”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자 식약처는 8일 뒤에야 소비자원과 같은 내용의 2차 검사 결과를 내놓았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수만 가지 물질의 부작용을 모두 밝혀내기는 힘든 일”이라고 강변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식약처가 처음부터 대한한의사협회의 검증 요청을 묵살하지 않았거나, 1차 검사만 제대로 했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번 파문은 가짜 백수오 원료를 사용한 내츄럴엔도텍의 잘못이 크지만 안이한 ‘뒷북 행정’으로 일관한 식약처의 책임도 무겁다.

이에 따라 연간 3000억 원 규모인 백수오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6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수오뿐만 아니라 2조 원에 육박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수오만 가짜겠느냐”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팽배하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리감독은 의약품보다 훨씬 느슨하다. 식약처의 허술한 대응 자세를 보면 소비자들의 건강기능식품 불신에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에 불량식품을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과 함께 ‘4대 악(惡)’의 하나로 규정하고 강력한 척결 의지를 내세웠다. 취임 이후 보건복지부 산하였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을 국무총리 직속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격상한 것도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가짜 백수오 파문에서 드러났듯 식약처가 조직만 커지고 공무원 수만 늘었지 도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