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지적인 추락을 겪게 된 데는 직업 탓도 있다. 졸업 직후에 나는 ‘주간 엔터테인먼트’의 기자가 됐다. 영화, TV, 음악 분야를 시시콜콜 다루는 잡지이다. 나는 대중문화에 관한 시시껄렁한 지식을 두개골 가득 채웠다. ―한권으로읽는브리태니커(AJ제이콥스·김영사·2007년) 》
직업을 갖고 일을 시작하면 직업에 대한 숙련도는 높아진다. 일한 지 몇 년이 지나면 제법 능수능란하게 업무를 처리한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뇌를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들로 가득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 학생 때 쌓아두었던 지식들이 뇌 밖으로 밀려나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뒤늦게 부지런히 책을 읽어 새로운 정보를 뇌에 구겨 넣지만 일에 시달리는 사이 지식은 또다시 휘발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보가 망각되는 속도에 맞춰 새 정보를 흡수하거나, 아직 뇌에 남은 정보들(학생 때 습득한)을 간신히 붙잡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완독하기로 결심했다. 32권, 3만3000페이지, 6만5000개의 항목을 읽기로 했다. 책을 쌓아 올리면 높이만 127c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저자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단어의 정보를 일상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기억한다. 백과사전에서 ‘양파’를 읽은 뒤 수돗물을 세게 틀어놓은 채 양파를 썰다가 아내에게 혼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직장인이 더 멍청해지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책을 읽는 일 말이다. 지난달에 사두고 겨우 서문만 읽은 책을 꺼내 들어야겠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