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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단체 반발에 ‘구조개혁’ 포기… 재정 어려워지면 또 바꿔야 할 수도

입력 | 2015-05-04 03:00:00

[엉망진창 연금개혁/여야협상 전말]1995년 이후 세차례 수치만 조정
이번에도 마찬가지… 미봉책 비판




여야가 2일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했지만 당초 청와대와 여당이 목표로 제시했던 ‘구조개혁’에는 실패했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함으로써 모수(母數)개혁을 뛰어넘어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겠다는 구상이 무너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은 구조개혁을 목표로 재직 중인 공무원과 신규 채용 공무원 연금 구조를 둘로 나눴다. 재직자는 현행 7%인 기여율(월급에서 연금으로 떼는 보험료 비율)을 10%로 올리고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25%로 낮추는 반면에 신규 공무원에게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여율 4.5%, 지급률 1.0%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대로 개혁이 이뤄지면 현재 재직 중인 공무원들에 대한 연금 지급이 모두 끝나고 신규 공무원들만 연금을 받게 되는 시점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통합된다. 여권은 구조개혁이 이뤄지면 더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할 필요가 없게 되고, 공무원과 일반 국민 간 갈등도 사라진다는 점을 장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사회적대타협기구에 참여한 공무원단체 측은 “공무원연금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올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구조개혁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야당이 이에 동조하면서 구조개혁 달성이라는 목표도 실종됐다.

결국 여야가 합의한 개혁안은 재직자와 신규 공무원을 분리하지 않고 기여율은 9%로, 지급률은 1.7%로 낮추는 모수개혁 방식으로 정리됐다. 모수개혁 방식은 현행 공무원연금제도의 틀은 유지하면서 주요 수치만 조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면 또다시 공무원연금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불씨가 남게 됐다.

지금까지 이뤄진 3차례의 공무원연금 개혁도 모두 모수개혁 방식이다. 먼저 1995년 개혁은 기여율을 3.6%에서 4.9%로 올리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제를 도입했다. 2000년 개혁은 기여율을 5.525%로 올리고, 연금 산정 기준을 최종 소득에서 ‘퇴직 전 3년 평균’으로 바꿨다. 2009년에는 퇴직 전 3년 평균이던 연금 산정 기준 보수를 ‘전 재직 기간 평균’으로 낮췄다. 지급률을 2.1%에서 1.9%로 낮추고, 기여율은 5.525%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다만 이번 개혁안에는 처음으로 소득 재분배 기능을 포함시켜 구조개혁적 요소를 일부 반영함으로써 ‘구조개혁적 모수개혁’이 됐다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설명했다.

지급률 1.7% 가운데 1%에 대해서는 공무원 개인 본인의 소득과 전체 공무원 평균 소득을 각 50% 반영해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 지급률에 해당하는 1%를 분리해 소득 재분배를 적용함으로써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 높아진다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분석했다. 나머지 지급률 0.7%에 대해서는 소득 비례 방식으로 산정해 지급한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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