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덜 익었다
덜 익은 것들은 웃음이 많다
얘들아, 너희들은 커서 잘 익고
듬직한 사과가 되렴
풋!
풋!
누구니?
풋!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해요
‘풋내’는 ‘풋나물이나 푸성귀 등에서 나는 (싱그러운) 냄새’라는 뜻인데 ‘미숙하고 유치한 느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덜 익은 것, 미숙한 것’이란 뜻을 가진 접두사 ‘풋’은 ‘푸르고 싱싱하다’라는 뜻의 형용사 ‘풋풋하다’에서 파생됐을 것이다. 풋감, 풋고추, 풋내기, 풋바심, 풋솜씨, 풋술, 풋잠, 풋사랑! 한입 베어 물면 잇새에 상큼하게 배어드는 풋사과 맛이 나는, 떫은 듯 새콤달콤한 ‘풋’ 단어들이여!
사과는 좀 덜 익어도 날것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그 풋풋한 맛을 잘 익은 사과맛보다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맏물 사과에 앞서 당당히 시장에 나온다. 빨강, 노랑, 보랏빛 과일들 속에서 파릇한 풋사과는 무르익은 여인들 속의 소녀 같으리. 풋사과를 보면 ‘풋사과’라고 읊조리고 싶어진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살짝 벌어지면서 마음을 싱그럽게 간질이며 나오는 소리, ‘풋’. 시도 때도 없이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 소녀들의 웃음이란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