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키운 연금개혁/전문가 진단] 여야 합의案 문제점은
3일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강화를 맞바꾸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정치적 담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처럼 정치인들의 우발적인 구호에 의해 복지가 확대되는 양상이 재연됐다는 것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국민연금 강화 빅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봤다.
○ “공무원연금 5년 뒤 재논의 불가피”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내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부터 약 20년 동안 지급률을 단계적으로 내리면 그만큼 재정 절감 시기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간 상당한 세금을 공무원연금에 투입하는 마당에 너무 한가하게 설정됐다”며 “인하 시기를 최대한 앞당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내고, 덜 받는 부분’ 이외의 모순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퇴직 후 재취업자에게 연금 지급을 중단하는 문제, 33년 이상 가입자는 보험료를 안 내는 문제, 퇴직수당 개편 등에 대해서는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더 내고 덜 받는 부분 이외의 모순들만 줄여도 상당한 재정 절감 효과가 있는데 논의조차 못 했다”며 “이런 식이면 5∼10년 내에 다시 개혁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국민 동의 힘들 것”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것에 대해서는 ‘졸속 담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것이 국민 저항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정이 “국민연금 강화는 국민 동의가 우선이다”라며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증세나 마찬가지인데, 증세 없는 복지 기조인 현 정부가 인상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은 공무원연금 개혁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사업장이 직장인의 보험료 절반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가량 높이려면 보험료율(9%)은 2배가량 인상 요인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합의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밀실에서 결정될 사안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윤 센터장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정한 것은 일순간의 결정이 아니라 4년간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논의해서 합의를 본 것인데, 정치권이 이를 단 며칠 만에 뒤집었다”며 “107만 명의 공무원연금을 손보다가 갑자기 2100만 명의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을 연계시킨 것도 문제지만, 이것을 연계시킨 사람들이 국민연금과 관련된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