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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아베 ‘센카쿠 갈등’ 일단 제쳐놓고 정상회담

입력 | 2015-05-06 03:00:00

[꽉 막힌 한국 외교/新 실용의 길]中-日, 명분 집착않고 국익 챙겨
“日우익 지지받는 아베 총리 있을때 朴대통령, 韓-日 돌파구 만들 필요”




중국과 일본은 그동안 명분에 집착하지 않고 작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더 큰 국익을 챙기는 외교 역량을 키워 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하면서 ‘신형대국관계’라 주창한 것은 민감한 현안에서는 분리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국가와의 협력이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방해하거나 이해가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외교도 두드러진다.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서방과 대립하던 러시아를 지지하면서도 구체적 협력은 에너지 등 경제 협력에 국한한 것이 대표적. 미국 등 서방과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것이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회원국으로 미국의 맹방인 영국을 끌어들여 외교적으로 미국에 승리를 거뒀다.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포함된 아세안 10개국도 AIIB 대열에 합류했다.

공통점은 추구하고 차이점은 남겨두는 ‘구동존이(求同存異)’는 중국식 실용외교를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시 주석은 영토와 역사 갈등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당시 일본은 최대 갈등 원인이었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놓고 ‘최근 긴장 상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한 뒤 곧바로 중국측으로부터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은 오키나와 현 주지사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후텐마 기지 이전을 동아시아 미군 재편의 중요 계기로 삼고 있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가 국빈 대접을 받은 배경에는 미국의 이해를 위해 일본이 양보하는 모양새를 지속적으로 취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중국과 관계를 개선할 때 자신의 외교 책사를 활용한 점도 돋보였다. 그의 책사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NSC) 국장은 지난해 11월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났다. 영토 분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책사를 앞세운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일 현안들을 아베 총리가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므로 한국이 오히려 이런 상황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외무성에서 조약국장과 유라시아국장 등을 지낸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 교토산업대 세계문제연구소 소장은 “아베 총리가 있는 동안 오히려 한일 간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일본 정계에서 아베 총리만큼 우파의 신뢰를 받는 정치인은 없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일본이 양보해야 하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아베 총리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지난주 미국에서 고노 담화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 정도로 확실히 말한 정치인은 최근엔 없었다”며 “한국이 이런 부분을 인정해줘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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