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이름 없거나 이니셜로 표기… 동석자까지 기록한 일정표와 대조적 ‘리스트 8인’ 의혹 풀 열쇠 기대
성 회장의 2012년 6∼12월 일정표에는 ‘익명 일정’이 40여 건 등장한다. 만날 상대방을 표기하는 칸이 비어 있거나 이름이 영문 이니셜 또는 성(姓)만 적혀 있는 경우다. 다른 일정에는 ‘문대성(새누리당 의원), 김호영(경남기업 대표), 성승훈(장남) / 국회의원 회관 420호’ 등으로 만날 대상과 장소, 동석자의 이름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익명 일정은 같은 시기 전체 일정의 2∼3% 정도다.
익명 일정 중에는 장소가 ‘방문’으로만 기재된 경우가 10여 건으로 가장 많다. 성 회장이 해당 인사의 자택이나 사무실 근처를 방문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성 회장이 평소 ‘방문’으로 기재했던 일반 일정은 대부분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 정치계 원로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정부 고위 인사와의 만남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익명 일정 상당수도 공개하기 힘든 주요 인사와의 약속이었을 개연성이 높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