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팀 강하게 만드는 실력으로 인정받은 野神 책임 회피와 성과 부진으로 휘청거리는 대통령 리더십 야당 탓, 남의 탓 접고 경제 회복 등 실적 올려 논란 잠재우는 수밖에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요즘 다시 야구 채널을 틀기 시작했다. 프로야구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 때문이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3년 연속 꼴찌에 머문 팀이 감독 한 사람으로 인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리더십 강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강연료 수입에 대한 세금만 3억 원 가깝게 냈을 정도라고 한다. 사실 그의 발언은 고리타분한 수준을 넘어, 듣기 거북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비정함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 “만족한다는 것은 타협한다는 뜻” “더럽든 지저분하든 반드시 이겨야 한다”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최근 공무원연금 파문에서 나타나듯 한국 정치에서 믿고 맡길 만한 지도자가 실종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당장 국가적으로 걱정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임기 5년 가운데 2년이 넘게 지났으면 뭔가 나아진 게 눈에 보여야 하는데도 체감할 수 있는 국정의 변화는 없다. 줄곧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온 국민들도 어느덧 한계에 와 있다.
취임 초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불거졌을 때 다수 국민들은 “댓글 때문에 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말이냐”는 박 대통령의 반론에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불통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도 여성 대통령이니까 소통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의 비선 실세 논란이 일어나자 박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비서관을 내치거나 그만두게 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하겠느냐”고 맞받아쳤다. 반신반의했으나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 살리기’가 부진한 게 야당의 유별난 발목 잡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전 정권이나 다른 나라 대통령은 어떻게 일을 했는지 의아스러웠다. 특히 인사 문제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드러내지 않고 남의 일처럼 말하는 것은 전혀 최고지도자답지 않았다. 측근 7명의 명단이 포함된 ‘성완종 메모’가 공개된 뒤 4·29 재·보선 바로 전날에 사태의 책임을 과거 정권 탓으로 쏘아붙인 것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박 대통령의 캐릭터는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고,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경제 문제 등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는 일이다. 어쩌면 김성근 감독과도 비슷한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김 감독이 프로야구에 돌아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복귀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야구계에서 미운 털이 박힌 그가 변변치 않은 성적을 올리게 되면 그동안 쌓아올린 것마저 몽땅 사라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복귀를 선택했고 지금부터 야신(野神)으로 영원히 남을지, 그렇지 않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박 대통령도 실적을 통해 여러 논란을 잠재울 수밖에 없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