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개개인이 창의력과 혁신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기업 차원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창의력 향상을 위한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기 진작을 위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회사 차원의 제도적 개선책은 개인의 혁신 역량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별 효과가 없다. 이보다는 직원 스스로 생각에 몰입하고 업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런던정경대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공동 연구진은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기업의 직원 189명을 대상으로 실험과 설문조사를 진행해 어떤 경우에 이들이 혁신역량과 창의성을 가장 잘 발휘하는지를 살펴봤다. 먼저 개개인의 업무에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규율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확대될수록, 또 좀 더 도전적인 과제가 부여될수록 직원이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연결시킬 확률이 높아졌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도 증가했다.
그런데 시간적으로는 직원들에게 엄격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혁신역량과 창의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를 완수하는 데 시간제한을 둘 경우 사람은 두뇌 속 정보처리에 더 박차를 가하며 기존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을 도모하려는 적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업무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해 주되, 시간적 압박은 엄격히 가하는 것이 직원의 창의력 함양과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됐다.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고 업무수행 방식의 제한을 없애며 직원의 시간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적인 조직으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