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187명 집단성명 의미 아베 美의회서 사죄 외면하자 발표… ‘과거사 역주행’ 준엄하게 비판 성명 대부분 위안부 문제 다뤄… “일본군, 모집에 직접 개입” 지적
“이번 성명은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를 공명정대하게 다루라’는 세계 역사학자들의 직접적인 호소이다.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이미 고노 담화가 인정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더이상 과거사를 곡해하거나 정치화하는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다.”
이번 성명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 후 바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아베 총리가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깊은 반성”만 언급했을 뿐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6일 세계 역사학자 187명이 발표한 집단 성명 영어 원문. 학자들은 일어판도 만들어 영문 일문 모두 외교 경로를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성명 원문 캡처
성명은 곧바로 위안부의 진실과 가해국인 일본의 잘못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20세기의 수많은 전시(戰時) 성폭력과 군 주도의 성매매 사례 중에서 위안부 제도는 방대한 규모와 군 차원의 조직적 관리, 그리고 일본에 점령됐거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지역의 어리고 가난하며 취약한 여성을 착취했다는 점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허버트 빅스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 교수는 2001년 태평양전쟁 전후의 일본 현대사를 다룬 ‘히로히토와 근대일본의 형성’이라는 저서로, 시어도어 쿡·하루코 다야 쿡 부부 교수(미 윌리엄패터슨대)는 1992년 위안부와 관련된 구술이 담겨 있는 ‘전쟁 중인 일본’이라는 저서로, 존 다워 교수(미 매사추세츠공대)는 2000년 ‘패배를 껴안고’라는 저서로 각각 퓰리처상을 수상한 학자들이다.
또 ‘저팬 애즈(as) 넘버 원’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지일파이며 미국 내 최고 아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를 비롯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책으로도 국내에 잘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도 참여했다. 데쓰오 나지타 시카고대 교수와 아키라 이리에 하버드대 교수 등은 일본 정부로부터 중요한 상들을 수상했다.
역사학자들은 당초 올 3월에 초안 및 조직을 마련하고 아베 총리에게 직접 건의하기로 했으나 4월 총리의 방미 후로 발표를 미뤘다는 후문이다.
‘일본 역사학자들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이라는 이름의 이번 성명은 형식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일본 내 양심 있는 학자들을 지지하는 형식이다. 올해 2월 나온 성명에 비해 서명 학자 수가 여섯 배로 늘었을 뿐 아니라 국적도 전 세계로 확대됐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영국 독일 호주 싱가포르 등의 학자들이 포함됐다.
더든 교수는 “최종적으로 공개서한 형태로 성명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유럽과 호주 등 전 세계의 동료들과 연계했다”며 “우리는 모두가 원하는 대로 아베 총리가 방미 과정에 ‘국가의 강제 동원에 의한’ 위안부의 끔찍한 역사를 인정하고 책임을 수용하길 기대했다. 더이상 애매함이 없이 말이다. 불행하게도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 베스트셀러 ‘역사의 종언’의 저자로 유명한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도 6일 통일연구원 주최 포럼 기조연설차 방한해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은 과거 전쟁에서 저지른 나쁜 일들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아베 총리의 과거사 왜곡은 일본에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 세계 역사학자 187명 성명서 전문(영문)
▶ 세계 역사학자 187명 성명서 전문(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