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안 처리 무산/여야 긴박했던 1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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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자 새누리당도 급박하게 움직였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1시간 정도 미뤄가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당 내에는 “어떻게든 공무원연금 개혁안만은 반드시 통과시키자”는 기류가 강했다. 의총에서도 소속 의원들에게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이 당초 여당안보다 재정절감 효과가 크다는 내용을 적극 알렸다. 원만한 국회 표결을 주문했고, 의원들도 호응했다.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다급해진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 밖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담판을 시도했다. 두 사람은 사회적 기구 구성안의 부칙에 첨부 서류를 만들어 ‘재정절감분 20%를 공적연금 강화에 사용’,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문구를 넣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낸 중재안이었다. 이제 공은 새누리당으로 넘어왔다.
퇴장하는 새누리 의원들 6일 밤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국회 본회의가 끝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날 오후 9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 처리가 무산되자 여야 지도부는 상대방을 비난했다. 김 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도 (직권상정을) 못 하겠다고 해 본회의는 끝났다”며 “자꾸 부칙이니 뭐니 들고 오는 건 정말 신사답지 못하고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도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며 “국민 앞에서 야당과 함께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여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한국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 13시간이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