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84>웹툰 창작의욕 꺾는 악성댓글
“초딩만도 못한 작가 놈아 좀 조져야겠다. 지금 나와 시×.”
포털사이트 연재 웹툰에 달린 독자 댓글이다. 10년 만에 급성장한 웹툰은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며 ‘콘텐츠 화수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웹툰에 달리는 독자의 일부 댓글에선 작가의 창작물에 대한 예의는 찾아볼 수 없다. 걸레짝 취급하는 댓글도 수시로 달린다. 댓글 기능이 있는 포털사이트 업체들은 욕설이나 비속어, 근거 없는 비방이 담긴 댓글을 관리하고 있지만 모두 막을 순 없는 실정이다.
인기 웹툰 작가 A 씨는 “작업이 잘 안 풀릴 때 작품을 조롱하는 댓글을 보면 당장 웹툰을 관두고 싶다”고 했다. 다른 작가 B 씨도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웹툰의 그림체, 캐릭터를 깔아뭉개는 댓글을 볼 때면 화가 나서 손이 달달 떨린다”며 “소신대로 웹툰을 그려야 하는데 댓글에 신경을 안 쓸 수도 없으니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작가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댓글은 웹툰을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상품 취급하는 글들이다. 특히 건강상의 이유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마감이 늦어질 때는 “감히 내게 만화를 제때 상납하지 못했으니 죽어버려라”는 댓글이 올라오고 비난이 쏟아진다.
2006년 한 웹툰 작가는 가족 건강 문제로 연재를 미뤘다가 “가족이 죽길 바란다”는 ‘패륜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아 한동안 작품 활동을 쉬기도 했다. 송형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100개의 칭찬보다 1개의 비난이 더 오래 남는다”며 “특히 작가는 자신의 창작물을 비난하는 공격적인 댓글을 볼 때 작가 자신에 대한 비난보다 더 큰 심리적인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반면 좋은 댓글은 작가와 소통하는 순기능도 있다. 웹툰 ‘여탕보고서’의 마일로 작가는 여성임에도 댓글에 달린 남성 독자의 응원과 경험담을 기초로 남탕보고서 편을 그려 인기를 모았다. 마일로 작가는 “남탕을 갈 수 없지만 독자들의 댓글 덕에 색다른 웹툰을 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