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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피플] NC 박명환 “선발마운드 오르니 가족 생각만 났다”

입력 | 2015-05-08 05:45:00

NC 박명환은 6일 마산 KIA전에서 5이닝 2실점의 역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는 “앞으로도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주연보다는 조연이 되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 NC 박명환 다시 꾸는 꿈

KIA전 5이닝 2실점 선발복귀 합격점
‘남편 멋있어!’ 아내의 응원에 힘 불끈
“김경문 감독의 첫 칭찬도 가슴 벅찼다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팀 위해 뛰겠다”

“마운드에 딱 섰는데 두 딸만 생각나더라고요. 아내도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NC 박명환(38)은 아내와 딸 얘기를 하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2014년 10월 9일 대구 삼성전 이후 처음으로 선발등판한 6일 마산 KIA전. 마운드에 서자 자신의 옆을 묵묵히 지켜준 아내,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딸이 생각났다. 이날 그의 기록은 5이닝 5안타 2볼넷 2사구 2실점이었다. 비록 승리와는 인연을 맺진 못했지만, 실로 오랜만에 팬들의 갈채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 아내, 그리고 감독의 칭찬

경기가 끝나고 확인한 휴대전화에는 아내의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남편, 멋있었어!’ 박명환은 “승리투수도 못됐는데…”라며 멋쩍어했지만, “팬들의 함성을 들으니까 이제야 유니폼을 다시 입은 기분이 난다”며 즐거워했다. 다른 것보다 팀에 보탬이 됐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

박명환은 NC 김경문 감독에게 난생 처음으로 칭찬도 들었다. 두산 에이스 시절 수없이 많은 승리를 했어도 결코 들어보지 못했던 말, “수고했다.” 김 감독의 그 한마디에 그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는 “감독님이 두산 시절에는 칭찬을 해주신 적이 없다. ‘에이스는 당연히 잘 던져야 한다’는 주의였다”며 “오늘이 있기까지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지난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죄송했는데, 팀이 연승을 이어갈 수 있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 기뻤다”고 감격스러워했다.

● 이제는 주연 아닌 조연으로!


박명환은 최고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는 두산의 에이스였다. 2007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4년간 40억원이라는, 당시 FA 계약 최고액으로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큰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이적한 이듬해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그가 거둔 승수는 고작 4승(10패). 그는 ‘FA 먹튀(‘먹고 튀다’의 줄임말로 고액연봉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를 조롱하는 말)’의 대표사례가 되고 말았다. 2011년에는 부상으로 재활만 하다가 2012년 결국 방출됐다. 그래도 끝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야구를 그만두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김경문 감독이다.

박명환은 이를 악물었다. 시속 150km의 공을 던지던 때의 몸도 아니었지만,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는 현실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첫 걸음이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팀이 있어 자신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러다보니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고마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명환은 “(손)민한이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나를 살뜰히 살펴줬던 1·2군 트레이너들에게 ‘올해는 잘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서 좋다. 믿어주신 감독님, 고생한 아내도 고맙다”고 쉼 없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목표도 소박하다.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은퇴를 생각할 나이고,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준비했다. 내 야구인생에 중요한 경기에서 역할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팀이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다행히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마산|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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