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연금 긴급진단/근시안적 설계]연금재정 장기 로드맵 세우자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4대 공적연금에는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문제점이 적지 않다. 특히 불투명한 미래 계획, 젊은 세대에게 부담이 커지는 구조,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 운용 등은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대 공적연금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연금 운용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며 “이 문제들부터 손대야 한다”고 말했다.
① 기금을 어떻게 쓰고 관리할지 목표가 없다
“적립금 규모가 500조 원 가까이 되는 국민연금에 명확한 장기 ‘재정 관리 로드맵’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뚜렷한 재정 목표는 연금의 안정성, 예측 가능성과 직결된다. 그런 만큼 재정과 가입자 규모가 클수록 명확한 재정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4대 공적연금 중 가입자와 재정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조차 재정 목표가 없다. 적립금을 어떻게 쓰고, 관리할지를 담은 재정 목표가 없다는 건 재정 목표를 세우는 작업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7일 “국민연금 적립금의 예상 고갈 시점(2060년)은 나와 있지만 재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토론, 합의 과정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지만 지난해 말 기준 약 15조7100억 원의 적립금이 있는 사학연금 역시 명확한 재정 목표가 없다. 2021년까지 얼마나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정도를 예측해 놓은 수준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마찬가지다. 두 연금은 적립금이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처럼 장기 재정 목표를 수립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연금에는 기본적인 재정 계획조차 없다.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 재정 목표는커녕 ‘수입과 지출을 어떻게 균형적으로 맞추겠다’ 식의 목표도 없다”며 “구체적인 균형 맞춤 원칙 정도는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합의 과정에 젊은 세대 참여시켜야
이에 따라 4대 공적연금의 재정 목표 수립 과정에는 이른바 ‘2030 세대’ 등 젊은층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래의 짐’을 직접 감당해야 할 세대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추계센터장은 “공적연금의 재정 목표를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에 젊은 세대가 참여하는 건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더 많이 분포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자기중심적 결정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전문인력 부족한 구조
공적연금의 재정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금이나 재정 전문가보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풍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공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우수한 기금 운용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처우가 어렵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 김 교수는 “지금처럼 일반 직원보다 약간 더 높은 처우를 해주는 식으로는 우수 전문인력을 유치해 운용 노하우를 배우고, 젊은 운용 인력을 양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4대 공적연금 중 기금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의 경우도 운용 전문인력 수가 200명 수준으로 적립금 규모가 작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1000명)와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65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공단 안팎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해외 주식이나 대체 투자를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도 지금 인력 수준으로는 이런 투자에 과감히 나서기 힘들고, 나선다고 해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세형 turtle@donga.com·우경임·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