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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운용 독립기관에 맡겨야”… “전국민 노후자금 공격투자 위험”

입력 | 2015-05-08 03:00:00

[4대연금 긴급진단/근시안적 설계]기금운용공사 분리독립 논란




국민연금 적립금의 효율적 관리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국민연금공단 내 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분리·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적립금이 476조 원이나 되는 거대 연금에 비해 기금 운용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공단 내부 조직에서 공사로 독립할 경우, 전문 인력 확보 및 우수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지금보다 수월해지고 다양한 투자 전략도 구사할 수 있어 운용 수익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기금운용공사 설립이 전문성과 수익성 제고로 꼭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기금운용공사의 분리·독립을 찬성하는 쪽은 한국처럼 전 국민 대상, 부분 적립 방식으로 연금을 관리하는 캐나다의 사례를 많이 든다. 연금의 대상, 적립 방식 등이 유사한 두 나라간 최근 운용 수익률은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2010년부터 2014년 두 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우리의 국민연금은 5.61%,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11.9% 수준이다.

여기에는 연금의 운용 전략을 결정하는 이사회의 전문성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CPPIB의 위원들은 기본 연봉 3만5000달러(약 3784만 원)을 포함해 수익률에 따라 각종 보수를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표성을 바탕으로 정무직 당연직, 국민연금과 관련된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등 각 집단의 대표를 모아 구성한 뒤 무보수로 운용한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기금 운용 의사결정기구가 대표성과 공공성에 치우쳐 전문성이 약화된 결과”라며 “기금 운용 조직의 독립과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금운용본부 체제로 운영하면서도 얼마든지 투자 수익률을 높이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구조에서도 보수를 늘리고, 인력을 보강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면 우수 전문 인력 확보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사 독립을 추진하는 건 공공기관 수 늘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분리·독립된 기금운용공사의 공격적인 투자가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금의 기금은 일반 투자 재원과 달리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성격이 강하다. 무리한 수익성 투자보다는 현재 같은 체계 속에서 위험 부담을 최소화한 투자 방식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운영하더라도 국회로부터 감시와 평가가 계속된다면 독립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는 제도에서는 기금운용위를 공사로 분리·독립한다 해도 자율성을 갖기 힘들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익성과 안정성에 따른 연금 종류를 차별화하고, 각 연금기금을 다루는 운용위를 다양하게 구성한 뒤 가입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 경우 운용위가 국회의 감시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연금 가입자로부터 자연스럽게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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