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연금 긴급진단/기득권의 벽]‘시한폭탄’ 군인-사학연금
군인연금은 기금이 바닥난 지 오래고, 사학연금도 18년 뒤면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보다 고갈 속도가 훨씬 빠른 만큼 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대상 집단이 명확하고 결집력이 높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연말 ‘2015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두 연금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불과 하루 만에 부랴부랴 덮어버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과 2년 뒤 대선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두 연금의 개혁 논의에 고삐를 죌 시기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미 막대한 세금을 축내고 있는 군인연금의 경우 다양한 경로에서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 악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군인연금 중 국고에서 지원해준 규모는 2조2895억 원, 총 누적 적자액은 14조1539억 원에 달한다. 기금은 1973년 고갈돼 이듬해부터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그 액수도 매년 늘어나 2010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겨 1조566억 원이 투입됐다. 2013년에는 총지급액의 50.5%인 1조3692억 원이 국가보전금으로 투입됐다. 2019년 군인연금에 들어가는 국가보전금은 2조1071억 원으로 2조 원을 넘긴 뒤 2025년에는 3조1518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한다.
하지만 군인연금 재정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국방부의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다. 근본적인 병력 구조 개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35조 원이 넘는 국방예산 중 인건비만 12조 원에 육박한다. 부사관 급여는 5조 원, 장교 4조 원, 병사는 6000억 원 수준이고, 군인연금으로 2조 원 가까이 나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모병제인 미국도 전체 국방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인데 한국은 인건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으로 징병 대상자가 줄어들면서 국방부는 간부 비율을 늘리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30.3%(19만 여 명)인 간부 비율을 2025년 42.5%(22만200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추가로 들어가는 인건비는 2조6000억 원.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연금을 받을 20년 뒤에는 재정악화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보와 재정건전성을 함께 고려해 지금의 계획보다 획기적으로 군 인력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개혁이 시급한데도 누구도 ‘총대’를 메고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미 조직을 떠난 예비역 군인단체들의 ‘입김’이 지나치게 세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재향군인회 성우회 같은 조직이 국방부와 각 군 등 현직 당국자들을 상대로 심하게 정책 개입을 하다 보니 개혁이 더디다”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기본적으로 공무원연금을 준용하고 있지만,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사학연금은 같이 논의되지 않아 법 체계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학연금법은 기여율은 7%로 못 박은 반면 지급률은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기여율을 현행 7%에서 점차 높이는 대신에 지급률을 현행 1.9%에서 점차 낮추는 구조. 사학연금법을 같이 손질하지 않으면 사립학교 교직원은 돈은 종전만큼만 내고 연금은 더 많이 받는 구조가 돼 국공립학교 교직원과의 불평등이 발생한다.
정성택 neone@donga.com·김희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