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의 연대기’ 14일 개봉 깜짝 흥행 전편 제작진 다시 뭉쳐… 몰락하는 부패경찰 양면성 연기 마동석-박서준 등 조연들도 탄탄
손현주는 영화 ‘악의 연대기’에서 내면에 선악이 공존하는 타락한 형사 역할을 맡아 컷이 바뀔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 연기를 선보였다. 호호호비치 제공
경찰이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덮으려다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는 설정은 ‘끝까지 간다’와 비슷하다. 진급 심사를 앞둔 강남경찰서 최창식 반장(손현주)은 대통령 표창을 받은 날 후배들과 회식을 하고 택시를 탄다. 집 대신 한적한 산속으로 향한 택시운전사는 별안간 창식을 죽이려 달려든다. 드잡이를 하던 창식은 우발적으로 운전사를 죽인다. 보장된 미래에 흠집이 날까 봐 두려웠던 창식은 결국 사건을 은폐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도망친 다음 날, 경찰서 코앞에 자신이 죽였던 시신이 나타나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손현주가 양면성을 지닌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는 ‘숨바꼭질’을 떠올리게 한다. ‘숨바꼭질’의 성수는 겉으로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자상한 가장이었지만 동시에 심각한 결벽증과 말 못할 과거를 지닌 인물이었다. 창식 역시 상납 받고 범죄 혐의를 깎아주는 부패한 경찰이면서 후배와 가족을 끔찍하게 챙기며 그들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악의 연대기’가 ‘끝까지 간다’나 ‘숨바꼭질’보다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부정적이다. ‘끝까지 간다’와 출발점이 유사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에 ‘악의 연대기’의 소재와 전개는 다소 평범한 편이다. 영화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여러 가지 눈속임을 숨겨놨지만 정말 눈속임으로만 그쳤다. 주인공이 한 짓에 대한 옹호나 변명 없이 그야말로 끝까지 갔던 ‘끝까지 간다’와 달리 주인공 창식을 변호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숨바꼭질’이나 ‘끝까지 간다’를 본 관객이라면 되도록 기대 없이 가길 추천한다. 15세 이상.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