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85>관객들 공공의 적 ‘관크’
공연족들 입길에 오르내리는 관크의 종류는 다양하다. 유난히 큰 머리로 뒷자리 관객의 시야를 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공연장 내 음식물 섭취, 더 좋은 위치로 옮기는 자리이동에 심지어 공연 중 ‘오바이트(구토) 관크’까지 등장한다. 뮤지컬 공연의 VIP석은 대개 10만 원 이상인 만큼 비싼 돈을 낸 관객일수록 ‘관크’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극장 현장에서 관크를 자주 접하는 하우스매니저(객석·로비 관리 총괄)들이 전하는 관크의 실상은 이렇다.
연말 연초에 특히 자주 일어나는 단골 ‘관크’가 있는데 바로 ‘음주로 인한 오바이트 관크’다. LG아트센터의 이선옥 하우스매니저는 “회사원들이 회식에서 술을 마신 뒤 송년회 또는 신년회 형식으로 단체 관람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데, 공연을 보다 속이 안 좋아 구토하는 관객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올해 초 ‘라카지’ 공연 때도 음주 뒤 술 냄새를 풍기며 온 관객에다 토하는 경우까지 있어 항의하는 다른 관객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민망한 관크도 있다. 한 하우스매니저는 “겨울마다 들어오는 단골 민원 사안으로는 ‘발 냄새’가 많다. 공연장에 난방이 되다 보니 가죽 롱부츠를 신고 온 여성 관객들이 불이 꺼진 후에는 부츠를 벗고 관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발 냄새와 가죽 냄새 때문에 관람에 방해를 받았다며 항의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블루스퀘어 김영신 팀장은 “주변 관객들을 위해 서로 조금씩 배려 있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관크 없는 공연 문화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