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좌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과 비노(비노무현)의 한 축인 박지원 의원이 8일 오전 만나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4·29 재·보선을 앞두고 공천문제와 친노 패권주의 등을 거론하며 “선거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문 대표의 화해 요청으로 지원에 나섰던 동교동계가 ‘문 대표 책임론’을 다시 꺼내 들며 문 대표의 결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날 “두 인사가 오전 10시 만나 4·29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채널A는 이날 “권 고문이 ‘정치지도자는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언급하며 문재인 대표를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표는 4·29 재·보선 참패 뒤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겠다”면서 자신의 거취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내 비노 진영과 호남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비판 여론이 높았다.
박 의원은 이날 밤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표는 책임지고 국민과 당원 앞에 의사를 밝혀야 한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앞으로 잘하겠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문 대표를 비판했다. 박 의원은 동아일보 통화에서 “문 대표가 사퇴하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권 고문과의 회동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책임지라는 말이 곧 사퇴하라는 말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 의원은 2·8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를 겨냥해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했다.
앞서 7일 박 의원과 문 대표가 따로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2·8 전당대회 때부터 쌓인 둘 사이의 앙금이 해소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둘의 회동은 문 대표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비노의 또 다른 축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6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예방한 자리에서 “정치지도자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동교동계 일부 인사들은 다음 주 문 대표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