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하늘에서 우리 (유)한준이 1년 더 쓰라고 하시는 줄 알았죠.”
넥센 염경엽 감독은 8일 목동 KIA전을 앞두고 가슴 철렁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4월 21일 목동 두산전.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유네스키 마야에게 노히트노런을 내준 넥센은 이날 재대결을 별렀다. 방망이는 초반부터 매서웠다. 유한준(34)은 1회 마야를 상대로 3점홈런을 날리더니 2회 그랜드슬램을 뽑았다. 2이닝 만에 7타점을 쓸어 담으며 한 경기 최다타점인 8타점을 깰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곧바로 불운이 닥쳤다. 3회 1사 1·2루에서 김현수의 타구를 잡기 위해 슬라이딩 캐치를 했는데 왼쪽 무릎이 인조잔디에 걸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음날 정밀검진을 받고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며 넥센은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이는 염 감독도 마찬가지. 이미 ‘대체불가’ 리드오프 서건창(26)을 9일 두산전에서 오른 무릎 부상으로 잃으며 전반기에 그 없이 경기에 나서야 했다.
유한준은 나흘을 쉬고 정확히 일주일 뒤인 28일 목동 롯데전에서 선발명단에 복귀해 6회 2점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7일까지 타율 0.385, 8홈런으로 타격 부문 선두와 홈런 공동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강정호가 빠진 넥센의 새 5번타자로 확실한 클러치히터로서 능력을 뽐냈다.
염 감독은 “한준이가 병원 검진을 마치고 와서 괜찮다고 하길래 ‘너가 빠져서 1년을 더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라고 농담했더니 씩 웃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유한준을 칭찬하기 바빴다. “한준이는 정말 착하고 성실한 선수다. 작년부터 클러치히터로서 능력도 발휘하고 있다. 톱클래스로 올라섰다. 앞으로 3~4년은 꾸준히 잘 할 것이다”고 말했다. 오른손 외야수라는 희귀성까지 더해져 뜨거운 FA 영입전이 펼쳐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을 선수’임을 거듭 강조했다.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