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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막말의 달인’ 정청래

입력 | 2015-05-09 03:00:00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을 빚었다. 2012년 새해의 사자성어로 ‘명박박명’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미인박명(美人薄命)에 빗대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빨리 죽으라는 저주의 말을 퍼부은 것이다.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을 비판하면서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은 감빵(감방)으로’라는 글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와 비슷한 ‘바뀐 애’라고 비하해 부르면서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비죽거렸다. 주 위원이 4·29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려다 번복한 것을 공격한 것이다. 화가 난 주 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나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 대표는 정 위원에게 사과할 것을 주문했으나 정 위원이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뒤숭숭한 새정치연합이 하루 종일 막말 소동으로 어수선했다.

▷정치인의 수준은 곧 말의 수준이다. 정치인이 신랄한 비판을 하고 싶다면 위트를 사용할 수도 있다. 촌스러웠던 소련 서기장 흐루쇼프도 ‘정치인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아준다’ 같은 멋진 말을 할 줄 알았다. 정 위원이 말로만 사퇴를 떠든 주 위원을 비판하고 싶었다면 ‘사퇴는 말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비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갈’ 같은 거친 표현은 한판 붙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누군가의 면전에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정 위원은 문 대표가 2월 취임 직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자 “독일이 유대인의 학살을 사과했다고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두 전 대통령이 독재를 하긴 했지만 유대인 600만 명 이상을 죽인 히틀러에 비유한 것은 균형감이 없다. 당시 새누리당은 정 위원을 ‘최고위원 아닌 최악위원’이라고 비꼬았다. 최고위원다운 말의 품격을 갖추라는 것 자체가 정 위원에게는 무리일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