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예상밖 압승… 단독정부 구성, 캐머런 공약 ‘脫EU 국민투표’ 주목 노동당, 3위 SNP 돌풍에 참패
7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당초 초박빙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훨씬 뛰어넘는 압승을 거둬 연정 없이 단독 집권에 성공했다. 야당인 노동당이 집권했을 경우 분리 독립을 내건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의 연합정부를 우려하는 잉글랜드 지역의 부동표가 막판에 보수당 쪽으로 결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수당의 단독 집권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당장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8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한 선거 승리 연설에서 “2017년까지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확인했다.
BBC방송은 8일 오후 3시(현지 시간) 650개 선거구 중 649개의 개표를 집계한 결과 보수당이 절반(325석)이 넘는 330석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자체 예측 프로그램에서 보수당이 331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노동당은 보수당보다 98석이나 뒤지는 232석을 얻는 데 그쳐 ‘30년 만의 참패’를 기록했다.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민주당도 기존 57석에서 8석으로 의석 대부분을 잃었다. 총선 투표율은 66%로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캐머런 총리는 860억 파운드에 이르는 재정적자 축소와 국민건강보험(NHS) 예산 증액 등을 공약했으며, 5년간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에 대해 ‘증세는 없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유권자들은 EU 탈퇴, 이민자 제한, 재정건전화 등 보수당의 경제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자 증세, 서민 감세,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걸었던 노동당의 참패 요인으로는 텃밭으로 여겼던 스코틀랜드에서의 SNP 돌풍이 꼽혔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를 이끌었던 SNP는 스코틀랜드 지역 59개 의석 중 56석을 확보했다. 20세 여대생인 SNP 소속 마리 블랙이 노동당 외교 담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중진의원인 더글러스 알렉산더 후보(47)를 꺾고 348년 만에 영국 정치 사상 최연소 하원으로 당선되는 파란도 일어났다.
한편 EU 탈퇴와 관련해서는 영국 내 여론조사에서는 2000년대 후반까지 탈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최근 들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비슷한 추세를 보여 ‘브렉시트’를 점치는 관측도 있다.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의 압승이 확실해지면서 이날 장중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2.4% 급등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