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하지만 우리 청년들에게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해외 진출을 권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은 3월 초 중동 순방 후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말하며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했다. 그러자 많은 청년들은 ‘니(네)가 가라, 중동!’이란 냉소를 유행시켰다.
왜 이런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을까. 어떻게 해야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해 청년실업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까. 그 답을 구하려면 먼저 일자리 수요자인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 ‘제가 갈게요, 중동!’을 외치는 진취적인 청년도 많다. 최근 대기업 건설사들은 신입사원을 대거 해외 현장으로 내보내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여사원을 포함한 신입사원 전원을 3년 기간으로 해외에 파견했다. 터키 현장으로 떠난 GS건설의 최민주 씨(24)는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대견하다.
아직까지는 해외의 괜찮은 일자리 대부분이 재벌 기업이나 그 협력업체에 의해 창출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재벌 기업이 앞장서 ‘제가 갈게요 족(族)’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에 협력하고, 청년 창업인력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인센티브를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재벌 기업의 연구개발(R&D) 관련 법인세 혜택을 줄이거나 없앰으로써 발생하는 조세수입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게 한 방법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적 기업은 법인세 감면 혜택이 크게 줄더라도 생존과 성장을 위한 R&D 투자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아울러 ‘제가 갈게요 족’이 많아지려면 ‘니가 가라 족’의 렌트(rent)를 낮추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렌트란 진입장벽 때문에 발생하는 초과이윤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다. 의사나 변호사의 평균 소득이 다른 직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는 의대나 로스쿨의 입학 정원을 제한하는 진입장벽 덕분이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감성적이고 충동적이다. 이들을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만들려면 국가 지도자의 감성 리더십이 필요하다. 2월 말에 퇴임한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80)은 감성 리더십의 표본이다. 그는 월급의 90%를 기부하는 등 자선과 소탈한 면모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동시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우루과이 경제의 고성장을 견인했다.
박 대통령은 감성 리더십과 스킨십에 약한 편이다. 작년 한 해 그의 재산은 3억3500만 원 증가했고, 재작년에는 2억7400만 원이 늘었다. 만약 박 대통령이 무히카 대통령처럼 꾸준히 기부하고 청년들과 교감을 유지해왔더라면 ‘니가 가라, 중동!’이 그처럼 유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이 감성 리더십으로 우리 청년들을 보듬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많은 젊은이들이 ‘제가 갈게요, 중동!’을 외치며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기를 희망한다. 몇 년 뒤 건강한 모습으로 고국에 휴가 나온 청년들을 강남의 클럽으로 데려가 한턱 쏘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본다.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