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발병한 뒤 들불처럼 번지던 에볼라가 발병사태의 근원지였던 서아프리카 3개국의 하나이자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라이베리아에서 공식 종료되면서 종식 단계로 접어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9일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발병 종식을 선언했다. 지난 3월 27일 마지막 발병자가 숨진 이후 에볼라 바이러스 잠복기의 두 배인 42일 동안 새로운 발병 사례가 보고돼지 않았기 때문이다.
WHO는 “기념비적인 성취”라며 “1976년 에볼라가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라이베리아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고 가장 광범위하고 복잡한 발병을 겪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니에서 처음 발병한 에볼라는 지금까지 2만6000여 명을 감염시키고 1만1000여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종전 최악의 발병 사태였던 1976년의 감염자 602명, 사망자 431명의 30~40배의 피해다. 이중 라이베리아에서만 감염자 1만564명, 사망자 4716명의 피해를 낳았으나 이번 발병 종식 선언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른 피해국인 시에라리온(감염자 1만2440명, 사망자 3903명), 기니(감염자 3589명, 사망자 2386명)에서도 감염속도가 눈에 띠게 줄었다. 두 나라에선 일주일간 새 발병 사례가 3월까지만 해도 각각 150건 이상 보고 됐으나 이달 초 각각 9건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하지만 당초 이들 나라에서 우기가 시작되는 4월 중순 전에 발병 건수를 0으로 줄이려했지만 이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WHO관계자는 전했다. 비가 오면 도로상황이 더 나빠져 감염환자를 격리 수용하는 게 힘들어진다. 게다가 발병건수가 0건으로 떨어진 뒤에도 42일의 잠복기간이 더 지나야 안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7월초까지 긴장상태를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발병 초기엔 에볼라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회를 열심히 찾던 신도들이 감염으로 너무 많이 목숨을 잃어 신도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건사해야할 목사도 40여명이나 희생됐다. 게다가 교회들이 에볼라 발병 초기엔 에볼라라는 질병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다가 발병이 계속 확산되자 동성애자와 부패한 정부에 대한 신의 징벌이라고 여론을 호도한 점도 역풍을 불렀다. 에볼라 감염환자가 발생하면 병원에 격리 수용해야하는데 신의 징벌에서 보호해주겠다며 교회에 수용했다가 환자 확산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이다. 실제 에볼라 발병이 심한 지역마다 교회가 확산 창구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에볼라 발병으로 무너진 지역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해선 그 구심적 역할을 해왔던 교회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