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건강전도사 박노창씨
효자 공무원으로 통했던 박노창 씨는 건강상담 무료봉사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박 씨가 9일 건강상 담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박 씨는 지난달 1일 건강상담소 문을 열었다. 건강상담소 개소 이후 하루에 2, 3명이 방문해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처음엔 건강상담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의료인이냐” “돈을 받는 것 아니냐”며 오해하는 말을 해 당황하기도 있다.
박 씨는 “나는 의료인도 아니고 약을 팔거나 돈을 벌기 위해 건강상담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기관에서 배운 건강상식을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건강전도사를 자처하며 무료 강의·상담을 해주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고비는 구례 부군수로 재직할 당시인 2006년 1월 17일 새벽이었다. 그는 잠을 자다 새벽에 갑자기 숨을 쉬기 어렵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얼마나 급박한 상황이었던지 관사에서 100여 m 떨어진 구례병원으로 뛰어갔다.
잠을 자고 있던 당직의사를 깨워 진료를 받은 결과 ‘급성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의 응급처치 후 그는 전남대 병원으로 이송됐다. 심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은 뒤 3개월 동안 약을 먹었다. 그는 “급성심근경색 증상이 나타난 사람의 절반이 사망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고 회고했다.
두 번째 고비는 전남교통연수원장으로 재임하던 2009년 12월 24일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았을 때였다. 그는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12번의 항암치료를 했다. 항암치료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 못지않게 속이 울렁거리는 구토증상을 참기 힘들었다.
박 씨는 이때부터 건강을 지키는 비결을 스스로 터득하는 데 나섰다. 건강 치유 마사지, 대체요법, 이혈요법 등 건강법을 배웠다. 2012년 2월 전남교통연수원장 자리를 끝으로 정년퇴직한 뒤부터 광주 빛고을 노인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빛고을 노인건강타운, 효령노인복지타운에서 열리는 각종 건강강좌를 열성적으로 들었다. 그는 “건강에 좋은 상식이 이렇게 많은데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9988 생활 속 건강교실 책자에는 혈관 건강에 좋은 발목 펌프운동 실행법, 손톱마사지 요법, 허리디스크·요통·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민간요법,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 등이 담겨 있다. 그는 2년 반 동안 구례지역 48개 경로당을 돌면서 건강 생활습관을 전하고 발목 펌프운동에 사용하는 대나무 기구를 제작해 전달하는 등 건강전도사 역할을 했다.
그는 책자에 적힌 각종 건강법 중 뇌중풍(뇌졸중) 예방을 위한 민간요법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뇌중풍 예방 민간요법은 유정란(계란) 흰자 1개를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150차례 같은 방향으로 저은 뒤 머위 잎(3장) 즙을 넣고 50회 젓는 것이다. 이어 청주를 작은 스푼으로 세 번 넣고 30회가량 젓고 덜 익은 청매실 1개분의 즙을 넣고 20회 저어 마시면 된다. 이 뇌중풍 예방 민간요법은 5월 말에 만들어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노인들에게 100세를 위한 다섯 가지 권장사항으로 소식(적게 먹는 것), 하루 30분 걷기운동, 하루 1시간 이상 햇볕 쬐기, 체온 1도 높게 유지하기, 하루 깨끗한 물 8잔 이상 마시기 등을 권했다.
박 씨가 건강전도사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9월부터 광주·전남 공무원연수원, 노인대학, 교회 경로대학 등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 그는 강의료를 모아 ‘박노창 건강상담소’ 문을 열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