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악오페라단 ‘피가로의 결혼’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열창하는 소프라노 홍혜경. 무악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가수는 노래와 연기가 일체감을 이룰 때 그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홍혜경의 무대는 한국의 젊은 오페라 가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동시에 청중에게는 오페라적 유열(愉悅)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의미 깊은 기회였다. 특히 2막의 아리아 ‘아름다운 날은 가고’에서 분무기에서 뿜어져 나온 듯한 입자감이 홀을 가득 메우면서 감정의 고양을 증폭시켰다. 3막의 ‘편지의 이중창’에서의 섬세하며 아름다운 선율미, 무엇보다도 중창에서의 돋보이는 앙상블 컨트롤과 레치타티보에서의 몸을 사리지 않는 리얼한 연기 등은 프리마돈나의 ‘고전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무대였다.
바리톤 라이언 매키니의 유려한 발성과 소프라노 류보프 페트로바의 카리스마 넘치는 가창은 홍혜경과 훌륭한 세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특히 이들이 노래와 연기로 만들어낸 활달한 유머와 생명력은 향후 한국 오페라 무대에서 꼭 익혀야 할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매키니는 3막 ‘이쪽이 승리다’, 페트로바는 2막 ‘무릎을 꿇어요’와 4막의 ‘어서 와다오, 기쁨의 순간이여’에서 절창을 토해내어 많은 갈채를 이끌어 내었다. 국내 바지 역(여성 가수가 남장을 하고 남성 역할을 맡는 것)의 1인자인 케루비노 역의 김선정은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극에 활력을 더했고, 2막 ‘사랑의 괴로움을 아는가’에서는 미소년의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