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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의술]뉴질랜드 220kg 비만환자 위절제술 성공… 80kg대 제2인생

입력 | 2015-05-11 03:00:00

초고도비만여성 수술… 김용진 순천향대 교수




김용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비만 환자들이 위 절제수술을 받은 뒤에는 전문의를 6개월에 한 번 이상 만나 식습관 등에 대해 꾸준히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김용진 교수(44)는 병원에 재직한 11년 동안 3000여 건의 수술을 진행한 위 전문가다.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위 크기를 줄이는 위절제술 등을 한 해에 250건 넘게 했다.

이런 김 교수에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환자가 있다. 바로 2011년 2월 위절제술로 새 삶을 찾은 뉴질랜드인 재스민 샤샤 씨(당시 25세)다. 그때 샤샤 씨는 키 171cm에 몸무게가 220kg인 초고도비만이었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35가 넘으면 초고도비만인데, 샤샤 씨는 75가 넘었다.

샤샤 씨의 삶은 시한부 인생이나 다름없었다. 현지 주치의는 “현재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5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으로 생긴 당뇨병으로 식사 때마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다. 기도가 좁아져 잘 때 숨을 쉬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는 수면무호흡증도 있었다.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심장병도 생겼고,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있었다. 생리가 없어 아이를 가질 수도 없었다.

절망의 늪에 빠져 있던 샤샤 씨는 무엇보다 아이를 갖고 싶어 본인의 사정을 현지 언론에 알렸다. 현지에선 비만 치료를 위한 위 관련 수술이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이 사실을 알고 샤샤 씨를 김 교수와 연결해 무료로 수술을 받도록 도왔다.

김용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교수에게서 복강경을 이용한 위 절제술을 받은 재스민 샤샤 씨의 수술 전(오른쪽)과 수술 뒤 사진. 수술 전 몸무게가 220kg인 초고도비만 상태였던 샤샤 씨의 현재 몸무게는 80kg대이며 아이까지 낳은 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제공

7일 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당시 처음 만난 샤샤 씨가 ‘수술이 잘돼 새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던 간절한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복강경을 이용한 위절제술이 샤샤 씨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라고 판단했다. 위 크기를 줄여 음식물 섭취를 줄이는 위절제술을 우선 시행하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위우회술 등을 고려했다. 위우회술은 위를 윗부분만 조금 남기고 소장에 바로 연결하는 수술법이다. 위 크기도 줄고 음식이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소장으로 바로 내려가게 해 음식 섭취와 흡수를 줄일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은 배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고 그 구멍으로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과 수술 기구 등을 집어넣어 시행하는 방법이다. 초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개복 수술을 하면 폐색전증(혈전이 폐동맥을 막는 증세) 등의 부작용으로 사망률이 3%가 넘는다. 이는 정상인의 개복 수술 사망률보다 30배나 높은 수치다.

복강경 수술법을 택했지만 샤샤 씨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통상 1시간이면 끝나는 수술이 2시간 반이나 걸렸다. 이 수술을 하려면 가스를 채워 배를 부풀려서 장비를 넣어야 하는데, 샤샤 씨의 경우 배 근육이 발달해 잘 부풀지 않았다.

김 교수는 “배 근육이 발달한 샤샤 씨는 마치 거구의 남자 환자를 수술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후 샤샤 씨는 현지 주치의의 세심한 관리를 받으며 수술 4개월 만에 65kg을 감량했다. 수술하고 1년 8개월이 지난 2012년 10월 샤샤 씨는 살이 빠지면서 생긴 처진 살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다시 방한했다.

다시 만난 샤샤 씨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몸무게는 90kg대로 줄었고 당뇨병과 수면무호흡증 등 관련 질환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김 교수는 “그때 샤샤 씨가 내게 ‘유 디드 잇(you did it; 당신이 해냈다)’이라며 서럽게 울었다. 나를 보자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기쁨과 그동안의 고생이 생각났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임신도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진 샤샤 씨는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고 현재 체중 80kg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비만 환자들이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는 것 같은 일상을 간절히 소망하는 걸 보며 의사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샤샤 씨처럼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환자가 보다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초고도비만 환자 외과적 처치 효과적… BMI 35 넘고 위험질환 있으면 수술 ▼

지난해 가수 신해철 씨의 사망을 계기로 신 씨가 받은 위밴드 수술 등 비만 관련 외과적 치료에 대해 일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과적 치료법이 초고도비만 환자에게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위밴드 수술 등은 식이요법이나 약물 등 다른 치료에 실패했거나 당뇨병 등이 함께 나타날 경우 고려할 수 있다. 현재 비만학회에서는 체질량지수 35 이상이거나 30∼35 사이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퇴행성 관절염 등이 함께 나타나면 수술 대상으로 본다.

비만의 수술 치료에는 위밴드술, 위절제술, 위우회술, 십이지장 치환술 등이 있다. 위밴드술은 식도와 위 사이에 실리콘 밴드를 감아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포만감을 유도하는 수술이다.

위절제는 위가 늘어나는 부위를 수직으로 절제해 위 전체를 바나나 모양으로 만드는 수술. 위우회술과 십이지장 치환술은 위 용적을 줄이면서 소장 일부에서 영양 흡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수술이다. 수술 방법은 동반 질환, 비만 정도, 개인의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김용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비만은 치료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라며 “수술이 최선의 선택일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환자라면 치료의 주요한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