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들. 왼쪽부터 △태아 영향 △신체 훼손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통과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배에도 태국처럼 경고그림이 들어간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면 안 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 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혐오감, 공포감을 줘서 흡연을 막는 게 목적인데 이를 간과한 ‘비현실적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담배 제조사들의 규제에 대한 대응 움직임을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부에서 마련한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은 총 9가지. 이 중 간접흡연 때문에 신체 일부가 훼손된 영유아 사진, 후두암에 걸려 목 부위가 부풀어 오른 사진 등은 적나라한 표현 때문에 ‘공포감 유발지수가 높다’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유해물질을 설명하거나 임신부 흡연의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은 ‘공포감 유발지수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국내 조사결과에 따르면 흑백보다는 컬러일 때, 공포스럽고 혐오스러운 디자인에 그림 사이즈가 클 때 금연 효과가 확실히 있다”며 “‘지나친 혐오’의 기준을 너무 낮게 잡는 건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안이 확정된다면 정부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 첫째, 6개월마다 한 번씩 ‘동일한 디자인’을 지정해두고 모든 담배 제조회사가 동일한 이미지를 쓰도록 하는 것이다. 또는 정부가 여러 개의 디자인을 마련해놓은 뒤 담배 제조사에 브랜드별로 겹치지 않게 사용하라고 명하는 것이다.
제도 시행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담뱃갑 경고그림을 감추기 위한 상품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담뱃갑 케이스의 경우 동대문 액세서리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최근엔 인터넷으로 판매처가 확대되면서 가죽 소재, 독특한 문양 등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태국의 경우 주점 등에서 손님이 담배를 주문하면 주점 명함이나 포장지로 경고그림을 가린 채 담배를 가져다주는 일이 많은데, 국내 일부 유흥업소에서 이런 모습을 따라 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