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바뀌어야 한다<상>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다 알다시피 이 정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당의 이름을 바꿨으나 필자는 한 번도 이 당의 당적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선친 정일형 박사께서도 평생 당원이셨고 현재 국회의원인 아들 호준이도 당원이다. 구태여 가족 내력을 밝히지 않더라도 필자 정도의 고령 당원이라면 몇 마디 쓴소리쯤 할 만도 하지 않은가. 이 당이 참혹하게 전패한 4·29 재·보선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서론이 좀 길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선거는 ‘준비된 참패’였다. 선거 후 실시된 한 방송사의 85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 잘해서 이긴 선거’라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새정치연합이 잘못한 결과’라는 대답이 60%를 넘었다. 시중에는 ‘성완종 사태’를 거론하면서 야당이 질 수 없는 선거였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와병’이나 ‘노무현 정권의 특별사면 부각’ 등의 치밀한 전략이 먹혀 든 결과라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응답자의 60%가 답한 ‘야당이 잘못한 결과’라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에서조차 무소속 후보가 20%포인트 넘는 큰 차로 승리한 까닭을 설명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선거가 패배 쪽으로 이끌려 간 이유는 뭘까. 그 답은 ‘싸가지의 부재’다. 싸가지란 무엇인가. 장래성이다. 바른 예의다. 올곧음이다. 떳떳함이다.
게다가 자기들은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2012년 대선의 결정적 순간 ‘문재인 후보는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간곡한 충고가 있었다. 문 후보는 그러지 않았다. 그때 핵심 측근들도 1997년 대선 때 동교동계 인사들처럼 ‘당선되면 청와대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제의했다. 그들은 거부했다. 그 선거에서 호남지역은 문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 줬으나 선거 후 그는 당장 인사 문제에서부터 표 나게 소외되고 있는 호남을 위해 변변한 목소리 한번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호남 사람들은 결국 나를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여타 지역 정서에만 호소하는 것 같다는 호남 쪽 볼멘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장래성 없고 예의 바르지 않고 올곧지 못하고 떳떳지 못하다는 결론은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재·보선 이후 대표 사퇴 요구와 분란이 잦아들지 않는다. 그러나 사퇴보다 중요한 게 있다. 당에서 없어진 싸가지가 복원돼야 한다. 그럴 기미가 정말 보이지 않는다면 모두 결심해야 한다. 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싸가지 있는 순도 높은 양심 세력이 당의 전면에 포진해야 할 때다. 총선·대선에서 기필코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