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3대 진입장벽에 막힌 일자리]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정책 전문가 중에는 지난달 ‘노사정 대타협’이 최종 결렬된 배경으로 고임금 근로자들의 기득권 지키기를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 임금 양극화로 노동시장 왜곡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A집단)와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B집단) 간 임금 격차도 크다. A집단은 지난해 말 기준 140만6674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1877만6203명의 7.5%로 집계됐다. B집단은 전체의 26.1%인 490만7353명이었다. A집단의 1인당 월평균 임금은 391만4000원으로 B집단(135만9000원)의 2.88배나 됐다. 2005년에는 그 격차가 2.56배였다.
임금 양극화는 취업준비생들의 대기업 정규직 ‘쏠림 현상’을 불러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으로 구성된 1차 노동시장과 ‘노조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2차 노동시장으로 이원화돼 있다”며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대기업만 바라보는 청년층의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을 부추기는 한편 근로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규직 기득권에 막힌 일자리 창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달 노사정 대타협의 최종 결렬을 선언하면서 자신들이 제시한 ‘5대 논의불가 사항’을 정부와 경영계가 철회할 경우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논의불가 사항은 취업규칙, 일반해고, 임금체계 개악, 비정규직 확대, 장시간 근로 조장 등 대부분 대기업 정규직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전체 근로자의 7.5%에 불과한 ‘유노조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보호 장벽을 지켜내기 위해 노동 현안 해결에 등을 돌린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청년 취업난과 비정규직의 비애를 치유할 수 있도록 일자리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의 대표자들이 희생과 양보를 통해 타협하는 감동적 모습은 시기상조”라며 “한국노총은 처음부터 자신의 고객인 정규직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철저히 반대하고 내부 고객을 위한 파이만 키우려는 이기적인 교섭 태도를 고수해 왔다”고 비판했다.
○ 대타협 결렬로 중견 및 중소기업들도 타격
지난해 60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경기 소재 중견기업인 I사는 자동차 및 전자제품용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다. 직원 640여 명 대부분이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어 양대 노총의 행보에 민감하다. 이 회사 대표는 “현재 회사와 노조 측이 통상임금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노조에선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회사가 다른 형태의 보상을 해주길 요구하고 있다”며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이익도 내기 어려워 죽을 지경인데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지금 중견기업들의 투자 및 채용 의욕이 떨어져 있는 것은 경기 탓보다는 정년 연장, 통상임금,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현안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라며 “마음만 먹으면 수백억, 수천억 원을 곧바로 동원할 수 있는 알짜 기업들도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