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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규직 과보호… 생산성 떨어뜨려 해외이전 부채질

입력 | 2015-05-11 03:00:00

[프리미엄 리포트/3대 진입장벽에 막힌 일자리]




현대자동차는 2012년 9월 1000억 원을 들인 울산 4공장 생산설비 개선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듬해 7월 ‘맥스크루즈’와 ‘그랜드스타렉스’ 모델에 대한 주문이 밀리자 4공장 1라인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32대에서 38대로 늘릴 것을 노조에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 반발로 증산계획은 1년 이상 표류하다가 지난해 9월 말에야 UPH를 36대로 늘릴 수 있었다. 변경된 생산계획을 노조에 2주 전에만 통보하면 되는 현대차 베이징(北京) 공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차는 수요가 늘어난 차종을 생산하는 라인에 인원을 더 투입하는 전환배치도 노조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 실제로 2011년 울산 1공장 노조원들이 전환배치를 거부하면서 2만4500대의 생산차질을 빚기도 했다.

○ 근로자보호법안의 역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는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아야 할 요건에 대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불이익변경)라는 표현이 나온다. 기업들이 근로자 의사와 상관없이 한직이나 전문분야와 상관없는 보직으로 발령을 내는 횡포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거꾸로 일부 강성 노조에 의해 ‘과도한 정규직 보호’의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의 생산기지별 생산성을 비교해 보면 국내 공장의 경우 차량 1대를 만들 때 들어가는 시간(HPV)이 지난해 6월 기준 26.8시간으로 8개국 공장 중 가장 길다. 미국(14.7시간) 체코(15.3시간) 중국(17.7시간) 등에 비해 생산성이 30∼40%나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대차 국내 공장은 신차를 내놓거나 일부 생산라인 설비를 증강할 때마다 생산성 조정, 인력 전환배치를 위해 노조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1년씩 지속되는 생산 차질은 경쟁력 악화를 낳을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통상임금과 관련해 연대파업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최근 현대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14개 계열사 19개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일괄적으로 쟁의조정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시킬지를 정하는 안건에 대해 계열사 노조가 공동으로 교섭하기 위해서다.

강성 노조의 압박에 현대차는 점차 해외공장 생산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공장에서는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근로자 보호를 위해 만든 법적 제도들이 되레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는 셈이다.

과도한 규제들과 강성 노조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아시아 수출 기지’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한국에서 인도로 옮길 것이라고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GM 전체 생산량의 20%를 담당했던 한국GM의 인건비가 최근 5년 동안 50% 이상 증가하면서 점차 효용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펀 저코비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강력한 노조는 큰 어려움”이라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GM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성과 낮아도 해고 안 되는 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 전망’ 보고서(2013년)에 따르면 한국의 정규직 고용보호지수(EPL·집단해고+개별해고)는 2.17로 34개국(평균 2.29) 중 22위에 해당한다. 정규직 근로자가 개별해고를 당할 때 EPL은 1.63으로 OECD 평균(1.45)보다 높은 12위다. 그러나 OECD 분석에서 빠진 해고 위로금과 퇴직금을 반영할 경우 정규직 EPL과 개별해고 EPL은 각각 8위와 2위로 뛰어오른다.

국내 정규직들이 해외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노조가 있는 기업의 정규직들은 노동법뿐만 아니라 회사별 단체협상을 통해 이중적 보호까지 받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 S 씨는 “직원을 한 번 뽑아놓으면 줄일 수가 없으니 아무도 선뜻 채용에 나설 수가 없다”며 “일 잘하는 직원을 내보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성과가 나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도 막으면 어떻게 경영을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규직 과보호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은 정치권과 노동계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라며 “올 들어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온 ‘소득주도 성장론’ 역시 기존 근로자들만 혜택을 보는 것이므로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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