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3대 진입장벽에 막힌 일자리]
고용 형태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여러 형태의 일자리가 있다. 다양한 고용 형태가 있는 만큼 기업은 필요에 따라 알맞은 방식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취업자로서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지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일본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정정사원(限定正社員)’ 제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단계 고용 방식이다. 한정정사원은 고용기간이 정해지지 않고 기업이 직접 고용한다는 점에서는 정규직과 유사하다. 하지만 근무시간이나 근무 지역이 제한적이다. 기업은 특정 시간에 업무가 몰리거나 일정한 지역에서만 필요한 일자리에 맞게 사람을 뽑아 쓸 수 있다. 해당 사업장이 문을 닫을 경우 쉽게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채용 부담도 덩달아 줄어든다. 취업자 입장에서는 근무지나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어 육아(育兒) 등과 병행하기 쉽다.
중간 형태 고용 방식은 스페인에서 ‘신규 무기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1997년 처음 도입됐다. 기업들이 정규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임시직 채용을 늘리면서 늘어난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취지였다. 무기계약직 범위가 확대되면서 장애인, 주부, 청년들을 고용 시장에서 보다 쉽게 흡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중간 형태 고용이 늘어나면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양분된 시장에서는 어려웠던 다양한 계층의 취업이 가능해진다. 덩달아 소비 진작도 도모할 수 있다.
다양한 고용 형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 스페인 정부는 청년과 여성, 장애인 등을 임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최대 60%까지 사회보장세를 감면했다. 네덜란드도 저임금(최저임금의 115% 미만)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경우 사회보장기여금을 환불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동일한 노동에 대해서는 차별을 하지 않는 문화의 정착이다. 네덜란드는 파트타임으로 취업한 지 6개월이 지난 취업자는 정규직과 똑같이 사회보장 프로그램 적용을 받도록 했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자리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조만 각종 혜택을 누리는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