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86>공연 방해하는 소리들
클래식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민폐는 대개 이처럼 ‘음악 소리를 방해하는 소리’들이다.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옆 사람이 한다고 덩달아 헛기침을 해 연주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남유리 예술의전당 하우스매니저는 “악장과 악장 사이에 (관객들의) 헛기침 소리가 연쇄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전에 물을 준비하거나(물 이외의 음료는 반입이 금지돼 있다) 공연장에서 기침 예방 사탕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챙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론 박수도 감상을 방해한다. 클래식 연주곡은 악장 간에는 박수를 치지 않고 연주를 다 마친 뒤에 박수를 쳐야 한다. 곡 전체에 몰입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악장 간 박수를 쳐 분위기를 깨는 건 애교 수준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안다 박수’도 있다. 곡이 끝나기가 무섭게 ‘난 이게 끝인 걸 알고 있다’는 과시의 표시로 박수를 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클래식 공연에선 연주를 마치고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린 뒤에 박수를 치는 게 관례다. 잠시 동안의 여운도 공연의 일부라는 의미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지휘자가 손을 내리기도 전에 박수를 쳐서 다른 관객들이 여운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안다 박수’에 머물지 않고 ‘안다 브라보’를 소리 높여 외치는 관객도 있다.
남 매니저는 “클래식 공연은 숨소리 하나에도 신경을 쓸 만큼 연주자와 관객들 모두 집중하고 있다”면서 “몰입을 방해하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