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던 2008년,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그를 구원한 것은 프레드릭 브랜트 박사의 보톡스 주사였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헬스장에서 열심히 가꾼 몸이 늙어버린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낙담했을 때, 자신감을 되찾게 해준 것도 보톡스였다.
보톡스의 초창기 선도자이자 미국의 선구적인 피부과 의사 및 저술가, 라디오 진행자인 프레드릭 브랜트 박사가 지난달 5일 66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고객은 마돈나, 마크 제이콥스 뿐마 아니라, 나오미 캠벨, 기네스 펠트로 등 숱한 할리우드 스타였다. 마돈나와는 1990년대부터 알고 지냈으며, 대서양을 오가며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반듯하게 빗어 넘긴 백금발, 너무나 부드러운 새하얀 피부, 유럽스타일의 기괴한 패션쇼 의상을 입고 보톡스를 맞은 그의 얼굴은 너무나 낯익은 모습이었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브랜트 박사를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할리우드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TV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 뉴욕, 마이애미의 코럴게이블스 지역에 병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2001년에는 미용의약품 닥터브랜트 스킨케어를 개발하고 그가 쓴 피부의학 관련 저서 2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그는 마이애미의 자택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의 사망이 알려지자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악플, 조롱 문화’에 대해 조명했다. 브랜트 박사는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 대한 대중의 조롱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지인들은 추측하고 있다.
그를 아는 일부 주변인들은 올해 초 방영됐던 코미디 쇼가 그의 죽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로 지목된 프로그램은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코미디 풍자 프로그램 ‘부서질 수 없는 키미 슈미트.’ 여기에서 코미디언 마틴 쇼트는 브랜트 박사를 연상시키는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나왔다. 얼굴은 보톡스로 부풀어있고 보톡스 시술 환자가 그의 얼굴을 때리자 얼굴이 찌그러지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보톡스 시술을 대중화시키며 돈을 모으기 시작한 뒤부터는 언론의 조명에 목말라했다. 대중 매체에서 멀어지는 것을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는 프라다 랑방 지방시 등 명품만 골라 입었으며 플라스틱으로 된 비옷을 걸치기도 했다. 어떤 때는 가죽바지 위에 치마를 걸쳐 입으며 대중의 눈길을 끌어 모았다.
이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스타트랙 같은 SF영화에 나올 법한 외계생명체’ 등 악플이 넘쳐났다. 그의 친구인 로이 제로니무스(Roy Geronemus) 뉴욕대 메디컬센터 피부과 교수는 ”브랜트가 얼굴에 스스로 시술하는 횟수가 늘어나 뜯어 말렸지만 그는 늙어가는 것을 참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소워(David Sawer) 펜실베이니아대병원 심리학교수는 ”인터넷에 악플을 단 이들은 성형수술을 믿지 않는 사람들로, 브랜트 박사의 외모는 그들에게 ‘거봐 내가 말한 대로지(As I told you so)’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켰을 것“고 분석했다.
그의 죽음을 두고 미국 사회에서는 악플 문화에 대한 반성과 동정론이 일고 있다. 자신의 얼굴에 대한 브랜트 박사의 선택은 존중되어야하며 무자비한 패러디쇼와 악플은 지양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미국 잡지 얼루어는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행복하게 했지만 정작 자신은 구원하지 못했다“며 ”어찌됐든 할리우드는 유능한 보톡스 의사를 잃었다“고 전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