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Factory Complex’(한국어 제목 ‘위로공단’)가 9일 개막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최고상으로 황금사자상이 있고, 그 아래 은사자상, 다시 그 아래 특별상이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전수천, 강익중, 이불이 각각 1995년, 1997년, 1999년에 특별상을 수상한 적이 있지만 은사자상은 처음이다.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라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감독이 탔다는 것이 더 놀랍다.
▷임 감독의 작품은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판타지적인 영상이 결합되어 있다. 인터뷰에 주목한다면 다큐멘터리 영화이고, 영상에 주목한다면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가발 공장 모습을 보여 주는 2분짜리 부분 영상을 볼 수 있었을 뿐이지만 가발 공장의 즉물성을 판타지와 결합해 보여 주는 감각이 놀라웠다. 주제의식도 묵직해서 구로공단에서 사라진 장면을 베트남 캄보디아의 공장을 통해 보여 줌으로써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시대 차를 두고 겪는 공통의 경험을 부각시켰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