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질의 전당’ 입법권력] 의원 자질 의심되는 부실입법
○ “포퓰리즘 입법 보완제도 마련해야”
근본적 원인은 여론을 의식한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남발하고 졸속 심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탓이다. 사회적 이슈가 된 문제에 대해서 ‘긴급처방’ 식으로 일단 법안을 발의한 뒤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2월 제정된 상설특검법도 1년이 넘도록 ‘무용지물’이다. 야당이 주도한 법안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완종 리스트’의 진상 규명에는 별도의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야당이 ‘상설 특검’ 도입이라는 ‘치적 쌓기’에 혈안이 돼 서둘러 처리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근본적 처방은 국회가 입법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법률안에 대한 규제영향분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이나 스위스에는 법률안에 대한 입법영향평가제도가 있다. 위헌 가능성을 걸러내는 장치가 뒷받침돼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헌 소지가 큰 법안들이 입법화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제처가 2012∼2014년 한국법제연구원에 위탁한 ‘법령의 헌법합치성 제고를 위한 정비 방안’ 연구에 따르면 기업 복지 세제 교육 등 12개 분야의 814개 법률을 검토한 결과 약 200개 법률에서 447개의 위헌적 조항이 발견됐다.
○ 여론 의식해 ‘호통’만 남은 당정협의
지난해 11월 군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모 일병 사건이 터지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당 대표실로 호출했다. 당시 김 대표는 “장관은 자식도 없느냐”면서 책상을 내리치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군 모욕 논란이 벌어져 뒤늦게 사과하기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현장에서는 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하면서도 후속조치 점검은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어린이집 사건·사고 등 영유아를 포함한 어린이 안전문제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당은 “(아동 보육시설은) 그야말로 비리 종합세트다”(2013년 5월 30일, 안심보육 당정협의),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2015년 2월 4일,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위 당정간담회)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관련 법안은 발의 10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당정협의가 여론 형성에 효과적 창구라는 점을 이용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회의원 ‘막말’ 입법부 신뢰 저하
‘청년비례대표’란 명분으로 국회의원이 된 김광진 의원은 백선엽 장군을 “민족의 반역자”라고 지칭했다. 장하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국가의 원수”라고 해 구설에 올랐다.
정청래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막말을 해 당 내분을 일으켰다. 이후 새정치연합은 자중지란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국회의원의 막말은 정치권 전체의 신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스스로의 권한을 제한하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배혜림 beh@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