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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남시욱]미국에서 제기된 한국의 비동맹 통일론

입력 | 2015-05-12 03:00:00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 최근호에 카네기평화재단 마이클 D 스웨인 선임연구원이 쓴 한국의 비동맹 통일론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외교협회가 발행하는 이 격월간지 금년 5·6월호에 실린 ‘태평양에서의 진정한 도전: 중국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목의 그의 논문은 이 잡지 전호인 3·4월호에 실린 미국 전략 및 예산평가센터의 저명한 군사전문가인 앤드루 F 크레피네비치 이사장의 군사력을 위주로 한 중국견제론을 반박한 것이다.

크레피네비치 박사의 논문은 중국이 말로는 화평굴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행동은 서태평양 지역의 기존 국제질서를 깨뜨리려는 수정주의 세력의 실체를 보이고 있으므로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으로 이를 제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에 대해서는 미 국방부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상당한 수의 지상군을 한국에 배치하고 있지만 평양 정권은 이 같은 대규모 남침보다는 핵무기와 화학무기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남한은 북한보다 인구가 두 배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15배에 달하므로 남측이 자신의 방어를 위해 보다 많은 방어 분담을 할 수 있으며 또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같은 무기는 당연히 한국 스스로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러나 스웨인 박사는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진정한 태평양의 방어는 미국과 중국에 상호이익이 되는 세력균형을 이룩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간의 충돌 위험을 피하고 협력의 기회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양국이 한반도와 대만의 장래 지위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의 관리 같은 문제에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 지역은 중립화 또는 완충지역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웨인 박사는 이 같은 기본전략에 따라 한반도의 경우 한국을 어떤 외국의 군사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비동맹(또는 느슨한 동맹) 통일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은 통일한국이 외부로부터 강제를 받지 않고, 미중 두 나라 모두와 긴밀한 경제적 정치적 관계의 유지를 위해 문호를 개방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장에는 일본도 참여해 통일한국이 안보상 위험 때문에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또는 크루즈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아도 되도록 안전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인 박사는 결론적으로 미국 중국, 그리고 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정책결정자들이 현재 당면한 선택은 이 지역에서 미중 두 나라가 양극화하기 전에 솔직한 자세로 협상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협상의 지연은 아시아의 순조로운 변화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며 이 방법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현재 미국 정부 일각에서 추진 중인 미국-일본-한국을 축으로 하는 반중국 동맹노선과는 달리 한미동맹의 해체 내지 수정을 전제로 하는 통일 방안인 만큼 과연 미국 국내와 당사자인 한국, 그리고 국제적으로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선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한국의 어떠한 통일도 국제적인 안전보장 없이는 위험할 뿐 아니라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는 하나 미국에서 한반도 통일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리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