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크레피네비치 박사의 논문은 중국이 말로는 화평굴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행동은 서태평양 지역의 기존 국제질서를 깨뜨리려는 수정주의 세력의 실체를 보이고 있으므로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으로 이를 제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에 대해서는 미 국방부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상당한 수의 지상군을 한국에 배치하고 있지만 평양 정권은 이 같은 대규모 남침보다는 핵무기와 화학무기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남한은 북한보다 인구가 두 배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15배에 달하므로 남측이 자신의 방어를 위해 보다 많은 방어 분담을 할 수 있으며 또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같은 무기는 당연히 한국 스스로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러나 스웨인 박사는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진정한 태평양의 방어는 미국과 중국에 상호이익이 되는 세력균형을 이룩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간의 충돌 위험을 피하고 협력의 기회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양국이 한반도와 대만의 장래 지위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의 관리 같은 문제에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 지역은 중립화 또는 완충지역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현재 미국 정부 일각에서 추진 중인 미국-일본-한국을 축으로 하는 반중국 동맹노선과는 달리 한미동맹의 해체 내지 수정을 전제로 하는 통일 방안인 만큼 과연 미국 국내와 당사자인 한국, 그리고 국제적으로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선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한국의 어떠한 통일도 국제적인 안전보장 없이는 위험할 뿐 아니라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는 하나 미국에서 한반도 통일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리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