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최근 중국 자동차 기업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올 초 중국의 지리(吉利)자동차그룹은 자사가 소유해 중국에서 생산한 볼보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승용차가 미국에 수출되는 첫 사례다. 5일에는 중국의 2, 3위 자동차 업체인 둥펑자동차(東風汽車)와 디이자동차(第一汽車)의 합병설이 불거졌다. 양사가 합병하면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를 제치고 중국 최대, 세계 6위의 자동차 업체가 탄생한다.
중국 자동차 부상에 대한 위협론은 6, 7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업체가 생산한 자동차를 모두 분해해 일본차와 비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장 부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벽하게 일본차를 복제했다”며 “결국 반값 가격에 성능은 70% 수준인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할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제품의 특성상 중국차가 기존 업체를 쉽게 제치고 진입하기 힘들 것이란 시각도 여전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런 장벽을 뛰어넘고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이 됐다.
중국은 한국보다 훨씬 유리하다. 2009년에 이미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 1위의 자동차 시장이 된 중국은 지난해 판매량이 2349만1900대에 이른다. 2020년경에는 3500만 대가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에 나설 토대가 탄탄하다.
여기에 기존 업체가 경쟁력을 지닌 엔진 중심에서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은 급속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겪고 있다. 1990년대 디지털 기술의 출현으로 한국이 아날로그 기술력이 뛰어났던 일본 기업을 추격했던 것처럼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제칠 수 있는 이른바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이 따라오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던 사이 휴대전화 분야에서 이른바 ‘샤오미 쇼크’가 현실이 됐다. 현대차 역시 중국차 위협론에 대해 “우리의 경쟁상대로 보기에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몇 년 뒤 훙치 쇼크를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 산업의 전방위 효과를 고려한다면 스마트폰의 위기는 중국 위협론의 전주곡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