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옥 국립한국복지대 교수
잘 볼 수 있는 농인의 언어가 바로 시각언어인 수어(手語)이다. 그동안 수화라고 하기도 했지만 수화는 농인의 언어를 전체로 보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보는 의미가 강해 수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좀 더 원칙적이고 보편적이다.
사실 그동안 수어는 소수의 언어라는 이유로, 일반인이 사용하는 음성언어와 다르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돼 왔다. 교육 현장에서 한국어(우리말) 습득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교육용으로는 부적절한 언어라고 인식된 적도 있다. 그러나 수어는 몸짓이나 손짓으로 하는 보조적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아름다운 천상의 언어도 아니다.
듣기에 어려움이 있어 부모로부터 언어를 습득하기가 곤란한 아이들은 수어라는 시각언어를 통해 더 쉽게 한국어를 배울 수도 있다. 또 농인들이 수어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농인들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욱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농인의 언어권 보장은 농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이제 곧 농인의 언어적 권리를 보장하는 수화언어법이 제정된다고 한다.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법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으려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는 정책과 행정·재정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이미 유럽연합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자국의 수어와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농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수어 연구 같은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경제 강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비로소 소수의 권리를 인정한 수화언어법 제정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농교육계(청각장애 교육계)와 농인 사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자부심을 느낀다. 이와 더불어 실질적인 정책적 뒷받침과 행정·재정적 지원이 이뤄져 우리도 명실상부한 복지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서기를 기대한다.
원성옥 국립한국복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