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은 현 세대가 누리고 부채는 젊은 세대에 떠넘긴다 집토끼 산토끼 다 잡으려는 문재인의 포퓰리즘과 야당에 끌려다니는 무능한 黨靑 官富民貧의 갈등 막으려면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통합해야
황호택 논설주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노령층에서 지금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찬성이 더 높고 백수와 비정규직이 많은 젊은층에서 반대 비율이 높은 것도 세대갈등을 보여준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젊은층이 매달 300만∼400만 원씩 나오는 ‘귀족연금’을 분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귀족연금의 혜택은 현 세대가 누리고 그로 인한 재정의 부채는 미래세대가 갚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은 어차피 울안에 가둬놓은 집토끼이니 산토끼인 공무원연금족(族)을 잡아야 총선 대선에서 표가 될 수 있다고 빠른 속셈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일방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감싸고도는데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그리고 젊은층이 언제나 새정치연합만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착각이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 공히 지금 보통 국민이 얼마나 열 받고 있는 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관존민비(官尊民卑)라는 말은 사라졌지만 관부민빈(官富民貧)의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매달 300만 원 연금을 받는 퇴직 공무원들은 30억 원 정도의 탄탄한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 된다. 장수 노령화시대에 연금은 최대의 안전 자산이다. 교사 며느리를 얻으려면 3대(代)가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속된 말로 공무원을 정부미(米), 민간인을 일반미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일반미(아키바레)가 정부미(통일벼)보다 밥맛이 월등했다. 공무원연금 바람에 지금은 아키바레와 통일벼의 시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결속된 100만 공무원과 가족 표를 의식하면서도 2000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문 대표는 막판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明記)를 들고나와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를 저지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씩 주겠다는 공약으로 재미를 본 것에 대한 통한이 남아 있는 문 대표로서는 국민연금 수령액 인상은 2000만 명의 표심을 흔들 회심의 카드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대체율을 60%에서 50%로, 2028년까지 40%로 줄이는 개혁을 했다. 급격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연금기금 고갈에 대비한 것이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표가 덜컥 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이슈화했다. 산토끼 몰이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이러다간 집토끼 달아나겠다고 정신이 퍼뜩 든 것은 아닌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끄트머리에 붙여서 넘어갈 게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완성하고 나서 차분히 논의를 필요로 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일본은 10월부터 연금 통합이 시행된다. 세계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통합으로 가는 추세인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통합하는 근거라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 국민연금을 통합해 사회연대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관부민빈의 소모적인 갈등이 국가발전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