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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달랑 3건 처리하고 싸움만 한 국회

입력 | 2015-05-13 03:00:00

법사위 통과된 민생법안 등 57건… 야당 소속 법사위장이 상정 거부
소득세법-상가임대차법 등만 통과




민생법안 볼모로 잡고 ‘네탓 연금공방’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가 협상 파트너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옷깃을 잡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국회규칙 명기’를 당론으로 반대하기로 하자 새정치연합은 “합의 파기”라고 강력 반발해 이날 법안 처리는 단 3건에 그쳤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5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12일 열렸지만 처리된 법안은 단 3건에 불과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 속에 이날까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민생 법안 등 57건의 법안은 여야 정쟁의 ‘볼모’로 또다시 처리가 미뤄졌다. 부끄러운 국회의 민낯이다.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의 관문 격인 법사위 이상민 위원장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직권으로 본회의에 넘기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를 국회 규칙에 명기하지 않을 경우 다른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며 제동을 걸었고, 새정치연합 소속 이 위원장이 동조한 것이다.

국회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한 3개 법안은 연말정산 추가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해결하기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 상가 권리금 보호를 법제화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을 규탄하는 결의안과 침략 역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하지만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이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 위원장에게 법사위에서 처리된 안건을 본회의에 넘겨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위원장은 “원내대표끼리 말을 좀 잘해 보라”며 거부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가 열린 65분 대부분을 서로를 비난하는 데 할애했고, 야유와 비난이 오가며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을 언급하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여당을 공격했고,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법사위원장의 몽니”라며 이 위원장을 비난했다.

4월 국회에서 할 일을 못한 국회가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여야가 이미 합의한 주요 민생 법안은 나 몰라라 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법사위원장의 결재 거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희한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약속을 파기한 상황에서 더 많은 법을 해 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배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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