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 서열 2위로 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총살됐다는 첩보를 국가정보원이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사실이라면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17개월 만에 북한 최고위 인사에 대한 피의 숙청이 단행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재판도 하지 않고 체포 2,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처형이 이뤄졌다고 한다. ‘공포 정치’로 치닫는 김정은 체제의 내부 동향을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 확인되지 않은 ‘설(說)’을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미심쩍은 구석도 존재한다.
국정원에 따르면 현영철은 김정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김정은 지시를 수차례 이행하지 않은 데다 김정은이 연설하는 공식행사에서 졸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일성 일가 우상화에 관한 ‘유일영도 10대 원칙’을 어긴 혐의로 처형됐다는 것이다. 10대 원칙의 6조에 담긴 동상이몽과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론 복종하면서 속으론 딴마음 먹는 것)는 장성택 처형 때 북이 ‘건성 박수’와 함께 밝힌 죄목이다. 당시 김정은이 장성택을 제거한 것은 이권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이번에도 배경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김정은이 최근 러시아 방문을 취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영철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러시아를 방문해 김정은 방러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언론이 최근 보도한 것처럼 북이 러시아에 S-300 지대공 미사일 구매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이 방러 취소와 관련 있다면 김정은이 현영철에게 그 책임을 물은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