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이자 친구 ‘실용외교’ 두 모습] 美-러, 우크라사태후 첫 고위급 회담 시리아-이란핵 등 예정시간 넘겨 논의… 러 외교는 토마토-감자 선물 화기애애 케리, 용사비 헌화… 승전식 불참 달래
《 비난할 때는 비난하더라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는 게 외교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관계가 악화된 미국과 러시아가 12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러를 계기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국제질서가 ‘실용외교’로 재편되는 또 다른 단면들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오후 흑해 연안 휴양도시 소치의 대통령 별장에서 만나 약 4시간 동안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내전, 이란 핵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고위 지도자가 회담을 연 것은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양측이 만난 것은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미국과 급속한 국내 경기 하락을 우려하는 러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국은 두 지도자의 회담 직후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케리 장관의 회담은 당초 1시간 반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이 지나자 케리 장관에게 러시아산 와인을 권하며 대화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은 이날 소치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현지에 있는 2차대전 전몰용사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스크바 승전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한 러시아의 섭섭함을 달래려는 성의를 보인 것.
우크라이나 내전에 대해 양측은 올해 2월 체결된 종전 합의를 지지한다고 확인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무력 사용 중단을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반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지 않았다.
▼ ‘親美’ 모디 인도총리 첫 中방문 ▼
시진핑 정치적 고향 시안서 직접 마중… AIIB-고속철 등 경제협력 범위 확대
印 “안보는 美, 경제는 中” 실리외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4일부터 사흘간 중국을 방문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5월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모디 총리를 위해 직접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으로 마중 나갈 계획이다. 산시 성은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2010년 8월 창춘(長春)으로 가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중국 최고지도부가 베이징(北京)이 아닌 곳에서 외국 정상을 맞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창설해, 빠르면 올해 출범하는 신개발은행(NDB)의 초대 총재에 인도 민간은행가 출신의 K V 카마스 씨를 선임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인도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상하이협력기구(SCO)에는 옵서버로 참가하는 등 중국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도는 모디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무역적자 감소 방안 마련 △인도의 첫 고속철도에 중국 참여 △지난해 9월 시 주석 방중 시 약속한 200억 달러 투자 약속 이행 등에서 진전을 이룰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도가 ‘안보는 미국에 기대고, 경제적 실리는 중국에서 챙기는 외교’를 펴고 있다고 분석한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